눈뜨고 당하는 ‘유튜브 무차별 폭로’

입력 2020-02-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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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작년 12월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사진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미확인 정보로 조회수 올리기 급급
마땅한 대응책 없어…방송가 긴장

유튜브에서 시작된 무차별적 ‘폭로 쇼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거론된 당사자들은 물론 연예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이 없어 고민이 커진다.

최근 일부 유튜브 계정 출연자들이 몇몇 연예인과 관련한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금전 문제 등을 언급해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가수 김건모를 시작으로 개그맨 유재석, MBC 김태호 PD, 전 농구선수 서장훈 등이 잇따라 거론돼 피해를 입었다.

이런 ‘무차별적 폭로’에 대중도 차갑게 돌아선 지 오래다. “믿을 수 없고, 관심도 두지 않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몇몇 누리꾼은 “유튜브 조회수를 늘려 돈벌이를 하려는 목적이 큰 것 아니냐”며 일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튜브에서는 특정 연예인을 언급하는 ‘폭로 예고’에 조회수가 급등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구독자와 조회수도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유튜브 계정은 유명 연예인을 언급한 후 하루 만에 20만여 구독자를 모았다. 특히 영상의 대부분이 일명 ‘지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 내용 등을 마치 사실인 양 전달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막을 만한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명예훼손 고소 등 법적 대응은 판결이 나기까지 6개월에서 2년까지 시간이 걸려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연예계에는 ‘무(無) 대응’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관련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연예계 관계자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2일 “연출자 사이에서 ‘크게 신경 쓰지 말자’는 말이 나오고는 있다”면서도 “온라인상 어쨌든 대중 사이에 화제가 되는 상황인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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