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리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선수들을 지켜라

입력 2020-02-04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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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금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발병의 진원지인 중국과 가깝고 교류가 많다보니 우리는 더욱 걱정이 앞선다. 지나친 패닉에 빠져 일상생활마저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과학적 진실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는 해야 한다.

실내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V리그는 특히 걱정할 것이 많다. 현재 대부분 구단들은 관중들에게 방역마스크를 나눠주고 손 세정제도 준비해뒀다. 최신식 열 감지기를 설치한 곳도 많다. 자치단체와 협의해 경기장 방역소독도 자주 한다. V리그는 2002~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도 무사히 넘긴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관련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프로농구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인 듯 관중증가 추세도 한 풀 꺾였다. 2일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천안경기는 2,3위 팀의 맞대결이어서 예매가 매진됐지만 경기 당일 1000명이 취소했다. 그만큼 공공장소에 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구단들은 홈경기도 걱정스럽지만 사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혹시나 생길지도 모르는 선수들의 감염이다. 최악의 경우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그래서 구단과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는 최대한 선수들을 안전한 곳에 격리시키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선수들을 지키려고 한다.


●자주 방역하고 모든 출입자의 열을 재고 숙소에서 밥 먹고

다행히 선수들이 생활하는 숙소와 훈련장은 대부분이 쉽게 접근할만한 곳은 아니다. 수원시내에 있는 KB손해보험과 아파트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한국전력, 우리카드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나머지 팀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과는 훈련장이 떨어져 있다.

GS칼텍스의 숙소는 경기도 가평의 청정지구인데다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다. 숙소와 근처의 GS칼텍스 연수원은 내부규정에 따라 위생 점검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최대한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다행히 2월 일정이 빡빡해 선수들에게 외출이나 외박을 줄 계획도 당분간은 없다. 선수들에게는 경기를 위해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하라고 지시했다. 차상현 감독은 “요즘 같아서는 선수들이 기침만 해도 눈치가 보여서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용인시 마북동에 숙소가 있는 현대건설은 선수들이 밖에서 돌아올 때 바이러스를 묻혀서 올 것을 걱정해 방역대책을 세웠다. 선수들이 외박이나 외출에서 돌아온 다음날에는 숙소 전체와 훈련장을 소독하기로 했다. 긴급 추가예산으로 방역비 600만원을 책정했다.

천안시 서북구에 숙소가 있는 현대캐피탈은 가장 일찍 대책을 세웠다. 설 연휴 시작 무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뒤 천안시와 협의해 2대의 열화상 카메라를 빌려 모두 유관순 체육관에 설치했다. SARS 때 구단이 자체로 구입했던 열화상 카메라는 훈련장에 비치했다.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체온을 측정한 뒤, 이상이 없어야 들어갈 수 있다. 선수도 스태프도 뒷바라지를 하는 구단 직원들도 예외는 없다.

용인시 기흥에 숙소와 훈련장이 있는 IBK기업은행은 특히 먹는 것에 신경을 쓴다. 음식물에 의한 감염을 우려해 경기를 마치면 곧장 숙소로 돌아가 식사를 한다. 이전에는 경기장 인근의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돌아갔지만 당분간은 평소의 루틴을 바꾸기로 했다.

김우재 감독은 “선수들이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높고 건강한 몸이어서 밖에서 옮겨만 오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구단은 팬 서비스로 하던 이벤트 가운데 팬과 선수와의 접촉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중지했다. 지금은 선수와 관중의 하이파이브는 물론이고 경기 뒤 원정버스 앞에서 기다리던 관중에게 해주던 사인도 중지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수원 시내에 숙소가 있는 KB손해보험은 지금 긴장상태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도 예민한 상태”라고 했다. 선수단 숙소는 당연히 외부인 출입금지다. 선수들의 훈련장이 있는 인재니움도 2월에는 모든 교육일정을 취소했다. 최대한 외부와의 접촉을 막아서 선수들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정말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자세다.

구단과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능한 외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외출 외박을 나가면 가족만 만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말을 선수들을 따르면 좋겠지만 한창 때의 나이에 활동성이 넘치는 선수들이라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어느 구단은 선수들에게 이런 얘기도 했다. “만에 하나 선수가 감염이 되면 즉시 리그 중단이다. 그 책임을 누군가는 오롯이 뒤집어 쓸 수 있다. 알아서 현명하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독감 감기도 선수들에게는 무섭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만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독감과 감기도 선수들에게는 무섭다.

V리그 선수들은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 시즌 중에 혹시라도 독감이나 감기에 걸리면 치료를 받아야하지만 도핑 우려 때문에 그냥 버텨내는 경우도 많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이 부분에서 가장 철저하다. “우리는 혹시 누군가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그 선수는 혼자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 같이 밥을 먹지도 않고 수건도 따로 쓰게 한다. 훈련장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훈련 도중 전염될 것 까지 우려해 감기 환자는 아예 훈련도 참가시키지 않는다. 박기원 감독은 “감기에 걸리면 한 달간 체력훈련 해온 것이 헛수고가 된다. 약도 못 먹고 그냥 버텨야 하는 가장 억울한 병이다. 그래서 1년에 10번 넘게 선수들에게 감기 조심하라고 얘기 한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은 “선수들끼리 지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모두 철저히 예방을 하고 신경을 기울이는데 문제는 선수들이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라고 했다. 혈기왕성한 선수들을 계속 잡아둘 수는 없어서 가끔 내보내는데 이때 감독이 신신당부하는 것이 있다.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도 말라. 특히 클럽 같은 곳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OK저축은행은 선수가 감기에 걸려도 아주 심한 정도가 아니면 훈련에 참가시킨다. 예전에는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훈련을 제외시켜줬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

“우선 병원에 보내 처방을 받고 치료를 하는데 훈련이 가능한지 여부부터 살핀다. 만일 훈련이 어려우면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번 시즌에 딱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 조치 이후 요즘은 감기에 걸렸다고 훈련을 빼달라고 하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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