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리조나] KT 타선 변화, 심우준 리드오프 카드의 세 가지 효과

입력 2020-02-04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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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심우준.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지난해 144경기에서 가동한 라인업은 98(최저 2위)개다. 플래툰 비율은 40.7%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이강철 감독은 주전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며 변화를 지양했다. 그런 이 감독이 달라졌다. KT의 2020시즌 리드오프 후보로 ‘만능 유격수’ 심우준(25)이 떠올랐다.

KT의 지난해 붙박이 리드오프는 김민혁(25)이었다. KT 1번타순 전체 686타석 중 김민혁이 502타석(73.2%)을 책임졌다. 2018년까지 1군 210타석 소화에 불과했는데 그 두 배 이상의 경험치를 2019년 소화했다. 시즌 말미 체력 저하 탓에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시즌 타율 0.281, 출루율 0.341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이 감독은 김민혁에게 조금 더 편한 옷을 입히기 위해 2번타순 카드를 고민 중이다. 그 자리를 채울 1순위 후보로는 심우준이 유력하다.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심우준이 야수진 키 플레이어”라고 꼽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심우준은 지난해 138경기에서 타율 0.279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지난해 부임한 이 감독을 사로잡은 포인트는 수비였다. 6월 28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부터 9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50경기 연속 무실책으로 안정감을 뽐냈다. 하지만 출루율은 0.328로 그리 높지 않았다. 볼넷/삼진 비율 33.8%(23볼넷/68삼진)에서 드러나듯 선구안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리드오프 심우준’ 카드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팀 타선 전체의 안배 때문이다. 심우준과 김민혁이 테이블세터를 맡는다면 강백호~유한준~멜 로하스 주니어~황재균~박경수로 중심과 하위타선을 꾸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린 박경수, 장성우가 타선에서 붙는다면 9번타순에서 1루수가 2루타 이상의 타구를 때렸을 때 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포지션 경쟁 중인 오태곤과 문상철이 가진 중장거리 타구 생산 능력이라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감독이 강백호에게 주문한 ‘100타점 도전’도 심우준이 밥상을 차린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여기에 심우준이 가진 ‘발’의 매력도 한몫했다. 심우준은 지난해 24도루·3실패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88.9%로 25회 이상 도루를 시도한 리그 전체 야수 중 2위였다(1위 김하성·89.2%). 도루 순도가 높은 심우준이 누상에 나간다면 상대 배터리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자를 의식해 속구 비율을 늘린다면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던 김민혁이 후속 타자로 타석에서 승부하기 편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끝으로 심우준의 성장 효과다. 심우준은 지난해 이 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자신감을 얻었다. 후반기 타율은 0.336으로 같은 기간 1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5위였다. 물론 시즌 출루율 0.350을 밑돌았던 심우준에게 당장의 ‘눈야구’를 기대하긴 어렵다. 때문에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면담을 통해 리드오프 가능성을 제시했다. 훈련 때부터 자신의 역할에 맞는 타격 소화를 당부했다. 이제 막 첫 턴을 끝냈지만 심우준도 “톱타자를 맡는다면 출루율에 신경 쓰는 게 당연하다”고 다짐했다. 2020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 백업 발탁을 노리는 심우준으로서도 가치를 상승시킬 좋은 기회다. 타순을 가리지 않는 멀티 내야수의 가치는 국제대회에서 필수적이다.

여기에 2번타순으로 한 계단 내려간 김민혁도 부담감을 떨쳐내 자신의 타격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이 감독에게 전했다. ‘강철 야구’ 시즌2의 열쇠 하나가 드러났다.

투손(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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