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남길 “늘 마지막 작품일지 모른다는 각오로 연기”

입력 2020-02-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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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젯’의 주인공 김남길은 “기존과 다른 오컬트”라고 소개했다. 하정우와 작업한 그는 “촬영 전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나눈,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의 주인공 김남길은 “기존과 다른 오컬트”라고 소개했다. 하정우와 작업한 그는 “촬영 전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나눈,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대상 배우’ 김남길이 선택한 첫번째 오컬트 영화 ‘클로젯’


하정우 선배와 친분있지만 연기는 첫 호흡
사람 통해 치유·위로하는 메시지 와 닿았다
‘길스토리’ 계속 운영…관두면 창피하잖아!


배우 김남길(40)은 지금,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관심은 열혈 팬들로부터 받는 지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차근차근 연기활동을 해오면서 조금씩 발전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얻은 믿음이다.

김남길이 5일 새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제작 영화사월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성공에 힘입어 연말 연기대상까지 수상하면서 주가를 높인 그가 ‘기묘한 가족’ 이후 1년 만에 내놓는 영화다.

김남길은 ‘클로젯’을 통해 처음 시도한 게 많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에 첫 도전했고, 몇 년 전 친구인 배우 주지훈을 통해 친분을 쌓기 시작한 선배 하정우와도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극중 역할인 퇴마사도 처음 소화하는 캐릭터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클로젯’의 제작자인 윤종빈 감독으로부터 ‘역할과 가장 어울리는 김남길이 꼭 해야 한다’는 말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말을 들으면 ‘혹’ 한다”는 김남길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한테 목숨을 바치는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윤종빈 감독님이 ‘우리가 잘 만들면 한국영화 오컬트 장르의 소재도 더 다양해지지 않겠느냐’는 입바른 소리를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하정우 형이나 윤종빈 감독님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지만, 같이 작품을 한 적은 없거든요. 이번에 ‘대의’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클로젯’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늘 ‘마지막 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목표를 세우기 마련이다. 김남길도 마찬가지다. 그의 다짐은 “잘 버티기”라고 했다. 한때는 출연작이 모두 잘 돼야 한다는 강박에도 시달렸지만, 지금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드라마를 하면 시청률 50%! 영화에 참여하면 1000만 관객! 하하! 작품을 시작할 땐 늘 그런 꿈을 꾸잖아요. 저도 그래요. 이번 작품이 잘 돼야 다음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처럼 안 되더라고요.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죠.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러니 한 편 한 편 감사하게 여기자고요.”

사람들과 어울릴 땐 밝고 유쾌한 김남길은 “평소 일부러 연락하거나 약속 잡아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했다. ‘클로젯’ 출연 전부터 하정우와 알고 지냈지만 “평소 연락은 거의 안했다”면서 “정우 형이 주변에 내 전화번호를 물어본 적도 있다”며 웃었다.

“일부러 애쓰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아요. 흘러가는 대로 솔직해지려 합니다. 작품을 할 때는 다르죠. ‘클로젯’ 준비하면서 연출자 김광빈 감독이나 정우 형, 윤종빈 감독님까지 자주 모였어요. ‘다른 색깔의 오컬트를 만들자’고 뜻을 모아 아이디어를 나눴죠.”

‘클로젯’은 아내를 잃고 홀로 딸을 키우는 주인공 상원(하정우)이 이사 간 새 집에서 겪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이상증세를 보이는 딸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고, 행방을 찾던 주인공 앞에 의문의 남자가 찾아온다. 10년간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퇴마사다. 김남길의 역할이다.

“그동안 오컬트 영화 속 퇴마사는 종교적인 색깔이 많았지만 ‘클로젯’은 토속신앙이나 주술에 대한 아이디어와 소품을 활용했어요. 공포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긴장을 줍니다. 모든 것의 원인이 사람에게 있고,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와 닿더라고요.”

배우 김남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비영리단체 길스토리 운영…“지금 관두면 창피하잖아”

김남길은 비영리문화단체 길스토리를 세워 6년째 이끌고 있다. 2010년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봉사가 계기가 됐다. 2014년 필리핀 태풍 피해 이재민을 도우면서 뜻이 맞는 이들과 모여 길스토리를 만든 그는 100여 명의 예술가들과 힘을 모아 자원봉사와 공공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 제안도 받은 그는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처음 가진 본심을 지키고 싶어” 사비까지 들여 단체를 꾸려가고 있다.

“공익적 기치에 뜻을 함께 모은 사람들과 다진 처음 마음을 지키고 싶어요. 다행히 제가 옷이나 다른 명품에 욕심이 없어요. 운영에 돈이 들면 제가 더 벌면 되죠. 힘들 때도 있죠. 어떤 때는 관두고 싶기도 한데…, 솔직히, 창피해서라도 관둘 순 없어요. 하하!”

김남길은 SBS 연기대상을 받아 배우로서 위치를 공고히 했다. 축하 인사가 지금껏 이어지지만 정작 그는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대상 트로피를 받는 순간, 그 자리에서 두려움이 몰려왔어요. 관심을 받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이지만 대중 앞에 서려면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도 같아요.”

김남길은 곧 새 영화 ‘보호자’ 촬영을 시작한다. 배우 정우성이 연출하는 액션 누아르 영화다.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기대했다.

“영화를 해왔지만 많이 부족해요. 제가 해온 영화들은 장르를 섞은 퓨전 형식이 많았잖아요. 액션이나 코미디, 멜로처럼 장르를 정통으로 파고드는 영화 경험은 아직 부족하죠. 더 많은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요.”


● 김남길

▲ 1980년 3월13일생
▲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 데뷔
▲ 2005년 MBC ‘굳세어라 금순아’
▲ 2006년 영화 ‘후회하지 않아’
▲ 2009년 MBC ‘선덕여왕’ 비담 역으로 스타덤
▲ 2014년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 2015년 영화 ‘무뢰한’
▲ 2017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 2019년 SBS ‘열혈사제’·연기대상
▲ 2020년 영화 ‘보호자’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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