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애리조나 리포트] 갑자기 쿼터백? KT표 미식축구공 러닝의 효과

입력 2020-0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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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인 듀오 윌리엄 쿠에바스(왼쪽)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스프링캠프에서 미식축구공을 이용해 러닝 훈련 중이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쿼터백 느낌이 좀 나는가?”

KT 위즈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불펜피칭을 마친 투수들은 컨디셔닝을 위해 보조구장으로 이동했다. 일반적으로 훈련을 마친 투수들은 줄을 지어 러닝을 한 뒤 보강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다. 하지만 KT 투수진 손에는 미식축구공이 들려있었다.

두 명씩 짝을 지은 선수들은 미식축구공을 주고받으며 왕복 140m를 전력질주했다. 앞을 보고 뛰는 대신 서로를 보며 쉬지 않고 공을 던지고 받았다. 속도 차이가 나면 공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에 설렁설렁 뛸 수 없는 분위기였다.

언뜻 유쾌한 훈련처럼 보이지만 다섯 번 가량 반복하면 선수들의 옷은 땀으로 흥건해진다. 홍주성 KT 트레이너는 “컨디셔닝은 선수들의 의무다. 하지만 같은 일도 의무감에 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조금이라도 의무 대신 놀이로 여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미식축구공 훈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왕복 140m 전력질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덕분에 일반적인 러닝 훈련에서 들리지 않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공을 놓친 선수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잠깐의 긴장감 해소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준호는 “아무래도 공을 주고받는 데 신경을 쓰다보면 그저 앞만 보고 뛰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집중력도 생기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벌써 구단 내 ‘인싸’로 자리매김한 윌리엄 쿠에바스는 “쿼터백 느낌이 나는가?”라고 반문하며 훈련을 즐겼다. 지난 가을 2차 드래프트로 KT 유니폼을 입어 이런 방식의 훈련이 처음인 이보근은 “생전 처음 해보는 훈련방식인데 너무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민은 “공을 놓친다고 따로 벌칙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게 뭐라고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다”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홍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해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딱딱하지 않은 트레이닝법을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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