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시절 각각 서울 대표마와 부산 대표마로 맹활약하던 지금이순간(위)과 경부대로의 레이스 모습. 이제는 경주마 라이벌에서 씨수말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경주마 라이벌→씨수말 라이벌…두 명마의 ‘2차 대전’
지금이순간 자마 ‘심장의고동’ 유명
올해 대상경주 ‘세계일보배’ 우승도
경부대로 자마 ‘라온여걸’은 2승째
올해 대상경주 ‘세계일보배’ 우승도
경부대로 자마 ‘라온여걸’은 2승째
경마는 혈통 스포츠라고 불린다. 좋은 유전자가 명마 탄생의 시발점이다. 그래서 좋은 혈통을 가진 씨수말의 몸값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
2014년 5월 10일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흥미로운 경주가 있었다. 외국에서 수입해 온 최고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 아비처럼과 국내 첫 삼관마인 국산씨수말 제이에스홀드의 자마 부전자전이 맞붙었다. 리딩사이어 메니피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주 전에는 아비처럼의 인기가 높았으나, 경주결과는 이런 예상과 달리 부전자전이 우승했다.
한국 경마에서 활약하는 국산마들은 대부분 메니피, 한센, 엑톤파크 등 한국마사회가 도입한 해외 씨수말들의 자마다. 그렇기에 부전자전과 같은 국산 씨수말의 자마가 해외 씨수말의 자마를 제친다는 것은 우리 경마산업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경주마 라이벌에서 최강 국산 씨수말 라이벌로
1월19일 열린 세계일보배의 주인공은 4세마 심장의고동이었다. 2012년 코리안더비 우승마 지금이순간의 자마다. 지난해 코리안더비 출전 때는 한국경마 최초 부자(父子) 동반 우승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위에 그쳤다. 이후 일간스포츠배에서 우승하며 국산 씨수말의 자마로는 최초로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그 여세를 몰아 국산마 최고의 경주인 대통령배 입상, 올 첫 대상경주인 세계일보배 우승을 했다.
심장의고동 아버지인 지금이순간은 2012년 코리안더비에 우승하며 최강 3세마로 이름을 떨쳤다. 이듬해 마주협회장배 등 대상경주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경주마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2014년 이른 나이인 4세에 은퇴하고 씨수말로 전환됐다.
지금이순간이 서울에서 활약했다면 같은 시기 부산 대표마는 경부대로였다. 둘은 같은 나이로, 2012년에서 2013년까지 대상경주에서 7번 맞붙었다. 지금이순간이 맞대결에서는 5번을 앞섰다.
경부대로는 5세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4년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석권하며 쟁쟁한 외산마를 제치고 최강마 왕좌에 올랐다. 2016년부터 씨수말로 전향했는데 지난해 5월 데뷔한 자마 라온여걸이 5번 출전해 2번 우승, 1번 준우승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 국산 씨수말의 가능성…경마산업 미래 밝다
지금이순간, 경부대로와 같은 국산 퇴역마들이 성공적으로 씨수말로 전환해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만큼 한국 경마산업의 미래는 밝아진다. 값비싼 해외 씨수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국산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국산마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6월 파워블레이드가 은퇴해 씨수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파워블레이드는 2세마 최고 경주인 브리더스컵 우승, 3세 때는 트리플크라운 시리즈 3개 경주를 모두 우승하며 한국경마 최초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가 됐다. 4세 때는 그랑프리까지 우승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밖에 역대급 경주마로 평가받는 트리플나인의 씨수말 데뷔시기도 관심거리다. 외산 씨수말 메니피와 한센의 아성에 도전할 최강 국산 씨수말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