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용민 하차, ‘거리의 만찬’ 본질 훼손에 역풍

입력 2020-02-07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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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김용민 하차, ‘거리의 만찬’ 본질 훼손에 역풍

KBS2 '거리의 만찬'이 스스로 프로그램의 취지를 훼손하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거리의 만찬 시즌1'은 각기 다른 분야의 '세 여성'이 시사 현장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시사 프로그램이 남성 패널 위주로 구성된 것과 달라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시즌1 MC 양희은이 "잘렸다"는 표현을 썼고 여성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있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새 MC로 합류하면서 비롯됐다.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시즌2를 구성, 제작진 스스로 자멸했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양희은은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KBS1 '거리의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실제로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거리의 만찬' MC를 바꾸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이틀여만에 9천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공감을 했다.

결국 김용민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다.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습니다만, 오늘 여러분께 확정지어 알리게 됐다"며 "앞으로 '거리의 만찬'으로 인해 세상이 더욱 밝고 아름답게 되기를 기도하겠다"는 글을 통해 자진하차했다.

관련해 '거리의 만찬' 측은 "그동안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과 격려 덕분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거리의 만찬'이 1년 넘는 시간동안 시청자 여러분들을 찾아뵐 수 있었다. 하지만 시청률 경쟁을 비롯한 대내외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저희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제작진은 오랜 고심 끝에 자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신현준, 김용민을 새 MC로 섭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도 자진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저희 제작진도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제작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리도록 하겠다"며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KBS시청자위원회 역시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시청자 청원을 주제로 6일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특별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제작진의 낮은 젠더 감성을 지적, "김용민의 자진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꼬집었다.

또, 이서정 위원은 지난해 KBS2 '1박2일' 정준영 사태를 들며 출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 최수영 위원은 공영방송 KBS의 가치에 따라 "KBS가 출연진을 선정할 때 공정성과 중립성 그리고 시청자 정서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들도 회의에 참석해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거리의 만찬'이 지향하는 프로그램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거리의 만찬' 주시청층의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제작진들의 이기적인 태도가 드러난 상황에서 시즌2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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