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토리] 유니폼 로열티에 놀란 김태진, 새로운 판매왕을 꿈꾼다

입력 2020-02-12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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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번 6번의 김태진 유니폼은 2020년 더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까.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이게 무슨 돈이에요?”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한창 진행 중인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 ‘구다주’ 김태진(25)은 오전 팀 훈련, 오후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뒤 숙소 앞에서 배트를 돌리는 게 루틴이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던 어느 날, 김태진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구단 관계자에게 “구단에서 뜬금없이 큰 돈이 입금됐다. 혹시 이게 무슨 돈인지 알 수 있나?”라고 물었다.

확인 결과 ‘유니폼 로열티’였다. 타 구단이 그렇듯 NC도 선수명이 마킹된 유니폼을 판매하는데, 이때 수익의 일부를 해당 선수에게 떼어준다. 간판스타들은 시즌이 마친 후 유니폼 로열티만으로도 적잖은 수입을 챙긴다.

김태진은 2014년 데뷔했지만 2018년까지 23경기 출장에 그쳤기 때문에 유니폼 판매 지분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123경기에 나서0 타율 0.275, 5홈런, 46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에도 오르며 인지도가 수직상승했다. NC 팬은 2019년의 히트 상품에게 지갑을 열길 주저하지 않았다. 최근 캠프지에서 만난 김태진은 “갑자기 입금 알림이 와서 깜짝 놀랐다. 처음으로 그런 큰 보너스를 받아 당황했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2020시즌 연봉 9000만 원(종전 3300만 원)으로 172.7%의 인상폭(팀 내 야수 1위)을 기록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셈이다.

2019년 팬들은 물론 구단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이동욱 감독은 올해 김태진을 내야로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야수로 214이닝, 외야수로 506이닝을 소화하며 알토란같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노릇을 해온 김태진에게 ‘자기 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배려다. 스스로도 내야 수비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는 만큼 2020시즌 성과가 중요할 전망이다. 김태진도 “조금 더 편해지긴 할 것 같다. 그동안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NC 김태진의 배트 그립 변화. 지난해보다 훨씬 배트를 길게 잡고 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타격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다. 김태진은 극단적으로 배트를 짧게 쥐는 유형의 선수였다. 콘택트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손목 힘이 워낙 좋아 장타를 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온전히 쓰지 못했다. 이호준 타격코치는 배트를 길게 잡아보자고 제안했는데 선수도 공감했다. 김태진은 “기존 그립으로는 힘을 쓰기 어려웠다. 배트를 길게 잡은 만큼 내 장점을 극대화 해보겠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쏠쏠한 로열티를 챙겼지만 김태진의 팀 내 유니폼 판매 순위는 7위다. 나성범, 양의지 등의 몫이 워낙 크다. 만약 김태진이 2020시즌 내야수로 완전히 뿌리내린다면 이 순위는 더욱 오를 것이다. 더 큰 성장. 김태진은 그렇게 유니폼 판매왕을 꿈꾸고 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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