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플로리다] 첫 발 뗀 ‘KK’ 김광현 “신인의 마음으로…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입력 2020-02-12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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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진캡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페이지

13년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자신의 오랜 꿈을 펼치려는 김광현(32)은 열아홉의 나이에 품었던 ‘신인’의 마음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류현진(33·토론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꼽히는 김광현의 위대한 도전이 펼쳐진다. 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스프링캠프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MLB 신입생인 그는 친정팀 SK 와이번스에서 13년간 뛰는 동안 단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던 선발 투수 직책을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따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에 김광현은 “정말 새롭고 떨린다. MLB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는 속마음을 꺼냈다.

베테랑 혹은 에이스로 가질 법한 생각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지웠다. 김광현은 이날 팀 정식 포수가 아닌 캠프에 초청받은 마이너리그 포수 호세 구도이와 배터리를 이뤄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마지막에는 80~90%의 힘으로 총 50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피칭을 마친 뒤 개인 통역을 사이에 두고 구도이와 한참 동안 대화했다. 김광현은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나를 비교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포수한테 궁금한 게 많다”며 실제 전력 외 선수인 구도이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불펜 피칭을 끝낸 구도이는 김광현의 첫 인상에 대해 “컨트롤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다소 냉정한 답도 돌아왔다. 하지만 김광현은 구도이의 평가를 소중히 받아들였다. 김광현은 “‘네가 판단했을 때 오늘 공이 어땠냐’고 자세히, 많은 것들을 물었다”며 “회전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더라.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서 회전력과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한국보다 훨씬 힘이 좋다. 멀리 타구를 칠 수 있는 선수도 많다”며 “공을 낮게 구사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벌써 애칭도 생겼다. 구단 직원 및 동료들 사이에서 ‘KK’로 불린다. 김광현(Kim Kwang Hyun)의 이니셜 KKH에서 앞 두 글자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야구에서는 삼진을 K로 표기하는데, 2008년 KBO리그 삼진 1위(150개)를 차지하는 등 삼진을 솎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광현에게 유독 어울리는 호칭이다.

김광현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눈치다. 그는 “야구에서 K가 삼진을 의미하지 않나. 마침 내 이니셜 앞 두 글자가 KK”라며 “좋은 의미이기도 하고 동료들이 편하게 불러줘서 나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정말 좋은 별명”이라고 반겼다. 이어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팀원들도 나를 반겨줘서 적응하기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생각이다. 그는 “내 루틴에 맞게 그동안 해왔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생각”이라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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