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신드롬 ②] 봉준호 감독 ‘영감의 원천’ 아내 정선영씨…‘봉준호의 아바타’ 샤론 최

입력 2020-02-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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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수상소감 무대에 오른 통역사 샤론 최(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미국이 주목한 봉준호의 사람들

작가 출신인 아내, 최고의 지원군
수려한 통역으로 화제 뿌린 샤론 최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주목받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1년여 동안 ‘기생충’ 팀과 동행하면서 통역을 담당한 샤론 최(최성재) 씨와 봉준호 감독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지칭한 아내 정선영 작가다.

샤론 최는 통역자 이상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단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될 때부터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통역 등을 맡은 그는 미국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을 거쳐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까지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매번 수려한 표현으로 ‘어록’을 남기는 봉 감독의 소감 한 마디 한 마디의 뉘앙스까지 정확히 짚어내는 세밀한 통역으로 ‘봉준호의 아바타’라는 별칭을 얻었다.

올해 25살인 샤론 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예비감독이다. 2018년 10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미국에 소개될 때도 통역으로 활약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 미국 뉴욕타임스는 “무대 뒤 차분한 (샤론)최의 존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썼다. 인디와이어도 “샤론 최는 올해 오스카 시즌의 또 다른 MVP”라고 평했다.

유튜브에서는 그의 통역 장면을 담은 영상이 100만 건의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화제가 이어진다. ‘언어 천재’ ‘통역 귀재’ 등 수식어도 따르지만 언론에 존재를 드러내길 극구 꺼리면서 잇단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고 있다.

누구보다 마음 졸인 ‘조력자’ 봉준호 감독의 아내 정선영 씨가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 무대에서 스태프와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 LA타임즈 리포터 에이미 코프먼 트위터


미국 LA타임스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에 호명된 순간 오열하면서 환호하는 봉준호 감독의 아내 정선영 작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SNS로 공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봉 감독은 각본상을 받고 “언제나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때는 “사랑하는 가족”으로 통칭해 인사했지만 이번에는 “아내”를 지목했다.

정선영 작가는 봉 감독이 1994년 발표한 단편영화 ‘지리멸렬’의 편집 스태프로도 참여했다. 봉 감독은 미국 매거진 베니티페어 인터뷰에서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영화광인 아내를 만났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1995년 결혼해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주목받기 전까지 봉 감독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몇 차례 털어놓은 바 있다. 2013년 ‘설국열차’ 개봉에 맞춰 방송한 ‘MBC 스페셜’에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아내에게 ‘1년치 생활비를 모아놨으니 1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며 “아내가 ‘못 먹어도 고(go)’라면서 지원해줬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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