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애리조나 스토리] 10분 사이 아홉 번…돌아온 이용규의 입버릇 “선수들이 잘해줘서…”

입력 2020-0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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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주장 이용규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차려진 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 파문을 일으켰던 그는 올해 팀 주장을 맡아 만회의 기회를 얻었다. 자신 스스로 “달라지겠다”며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선배가 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한화 이글스의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이용규(35)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용규는 스스로 먼저 변화를 강조했다.

이용규는 지난해 9월 3일부터 서산의 육성군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반 년 넘게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착실히 몸을 만들라는 구단의 의도였다. 20대 초중반의 선수가 대부분인 육성군. 프로 입단 후 1군을 떠난 적이 거의 없는 이용규에게는 낯선 환경이었다.

“그렇게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는 건 처음이었다. 결국 억지로 보여주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결심했다. 고참이라고 빼는 거 없이 모든 프로그램을 똑같이 소화했다. 후배들에게는 싫은 소리보다는 조언과 좋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이때의 태도는 지금도 그대로다. 선수단의 투표로 2020시즌 주장에 선출됐고, 스프링캠프의 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했다. 이용규는 “처음 선임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전혀 생각도 못했으니까…”라면서도 “반대로 1년간 팀에 어려움을 끼친 걸 만회할 좋은 기회다. 내 것만이 아닌 팀 전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선수단과 팬이 함께 할 ‘엄지 척 세리머니’를 제안한 것도 ‘원 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화 이용규가 팬들에게 제안한 ‘엄지 척 세리머니‘를 하며 기념촬영 중이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이용규가 생각하는 좋은 주장은 ‘야구장에서만큼은 선후배 할 것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교 역할을 하는 이가 피곤함과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실제로 후배들은 “(이)용규 형 덕분에 어려움 없이 훈련을 즐기고 있다”고 하지만 고참들은 “(이)용규가 정말 고생하는 게 보인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프로 와서 후배들이랑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어색함 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해보니까 이렇게 장점이 많다. 앞으로도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가겠다”며 웃었다.

10분 남짓의 인터뷰. 이용규는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어서…”라는 말을 정확히 아홉 번했다. 어떤 질문에 답할 때도 이 문장을 잊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선수들에게 그 공을 오롯이 돌리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둘째 아이를 얻었고, 올해는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가장으로서도 여러 모로 정신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스프링캠프와 겹쳐 입학식을 못 가는 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할 때는 영락없는 ‘아들바보’였다. 이용규의 첫째 아들은 열정적인 한화 팬이었다. 평일 오후 6시30분이면 TV 채널은 언제나 한화의 야구중계로 고정됐고, ‘직관’도 자주 갔다. 김태균, 송광민, 제러드 호잉 등 아버지 동료들의 응원가를 몽땅 외운 아들의 ‘직관 승률’은 7할대에 이른단다. 이용규는 “지난해 아들이 야구를 못 보더라. 그게 너무 미안했다”며 “올해는 야구장에 아들을 자주 데려가겠다. 직관 승률 7할의 힘을 기대해보겠다”며 웃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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