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토리] 2019년이 안겨준 각자의 동기부여, 개인의 합이 바꿀 한화

입력 2020-02-13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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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의지가 뭉친다면 팀 성적은 자연히 상승곡선을 타게 된다. 지난해 아픔을 겪었던 이용규(왼쪽)와 김태균은 한화의 도약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프링캠프지에서 워밍업 중인 둘.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개인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KBO리그 선수들이 인터뷰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다. 물론 팀 승리가 궁극적 지향점인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모든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개인의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 한화 이글스의 의지가 뜨겁다.

한화는 2019년 58승86패(승률 0.403)로 9위에 머물렀다. 불과 1년 전 돌풍을 일으키며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유지에 실패했다. 팀 순위를 떠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시범경기 초반부터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공개 요청하며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여기에 하주석은 개막 5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센터라인’의 중심인 유격수와 중견수가 사실상 개막과 함께 이탈한 것. 여기에 ‘간판타자’ 김태균의 커리어로우까지 겹쳤다. 시즌 전 달렸던 의문부호는 모두 부정적인 마침표로 이어졌다.

더 나빠지기 힘든 시즌을 보낸 만큼 한화에는 2020년을 벼르고 있는 선수가 즐비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의 열기가 뜨거운 이유다. 지난해 9월 참가활동정지 징계 해제 후 돌아온 이용규는 선수단의 투표로 주장에 선출됐다. 캠프 초반부터 앞장서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스스로도 “프로 입단 후 후배들과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김태균의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지난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1년 총액 10억 원에 계약했다. 구단이 제시한 다년계약을 뿌리치고 스스로 1년 연장을 역제안했다. 자신, 그리고 외부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다시 평가받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여기에 굵직한 외부 FA 영입은 없었지만 포지션 곳곳에 알짜배기 자원을 수혈했다. 지난겨울 2차드래프트(이해창, 정진호, 이현호)와 트레이드(장시환), 방출 선수 영입(김문호, 최승준)으로 뎁스를 살찌웠다. 모두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채 전 소속팀에서 쓰임새가 많지 않았던 자원이다. 이들의 훈련을 지켜본 한화 코칭스태프는 “생각보다 가진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한용덕 감독은 “여러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부임 3년째인데 올해만큼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좋았던 적은 없다”며 기대를 걸었다. 한 감독 역시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부임 첫해 10년의 암흑기를 끊어낸 공로가 확실하지만 더 높은 곳을 보겠다는 의지다. 이를 악물고 맞이하는 개인의 합은 2020년 한화를 어떻게 바꿀까.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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