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피플] 결과 욕심 버린 한화 이해창, 야구와 다시 사랑에 빠지다

입력 2020-02-14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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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해창이 타격 훈련 중인 모습.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고맙고 행복한 건데…. 왜 이렇게 결과에만 목숨을 걸었을까요?”
백업, 혹은 1.5군 자원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값을 냈다. 자연히 시선은 그 이상의 주전 도약을 꿈꿨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야구가 미워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괴롭게 하던 시기가 지나가고 환경이 달라졌다. 이해창(33·한화 이글스)은 야구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
이해창은 KT 위즈 시절이던 2016년 88경기에 백업 위주로 출장해 6홈런, 22타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7년에도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114경기에서 11홈런을 때려냈다. 이제 붙박이 주전 굳히기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2018년 8홈런에 이어 2019년에는 무홈런에 머물렀다. 30경기 40타수에서 때려낸 안타는 5개에 불과했다. 시즌 후 2차드래프트를 통해 정들었던 KT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해창은 “새로운 환경 적응은 얼추 끝났다. 한화의 훈련량이 빡빡한 편인 것 같은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재밌다”며 미소 지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방출 이후 두 번째 이적. 이해창은 “방출이 기대치 없이 버려지는 거라면, 2차 드래프트는 다르다. 한화가 내게 거는 기대치를 알고 있다.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가 그에게 바라는 건 건실한 백업 포수다. 최재훈이라는 확실한 주전의 뒤를 받칠 포수가 필요하다. 기존 백업이던 지성준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으니 이해창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다.
“KT에서는 주전 도약에 대한 욕심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현실을 느꼈다. 한화 이적 당시 목표를 확고히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경기에 나가더라도 내가 나간 경기가 불안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최)재훈이에게 휴식이 필요한 날 고민 없이 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힘을 비축한 재훈이가 중요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팀을 위해서는 144경기에서 뒤를 받쳐줄 백업 포수가 필수인데,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이해창(왼쪽)의 가장 든든한 적응 도우미는 아이러니하게도 포지션 경쟁자인 최재훈이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한화 이적은 좋은 기회다. 다리를 들지 않고 타격하는 이해창은 이 부분 권위자인 김태균, 송광민 등의 영상을 수년 전부터 참고해왔다. 스프링캠프 내내 이들 옆에서 타격에 대해 묻고 깨닫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여기에 어찌 보면 경쟁자인 최재훈이 오히려 팀 적응을 가장 돕는 인물이다. 개인 훈련을 함께하는 건 물론, 휴식일의 시간까지 같이 보낸다. 룸메이트 장시환과의 세 번째 인연 역시 반갑기 그지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한화에 녹아들었다는 주위의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이해창은 “1군, 2군, 잔류군에서도 야구하는 게 즐거웠다. 그날 하루, 내게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결과에 연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소속 팀도 있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데 결과에 사로잡히니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야구가 미워졌다”며 “이제는 마음 편하게 먹고 즐겁게, 재밌게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각오했다.
모두가 주연을 꿈꾸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한정돼 있다. 하지만 그 후광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로만 팀이 구성되는 건 결코 아니다. 조연 없이 성공하는 영화는 없다. 이해창은 올해 명품 조연으로 거듭나는 자신을 꿈꾸고 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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