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토브리그’ 윤병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2-18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윤병희는 14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안방극장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얼굴을 알린 그는 \'나쁜 녀석들:더 무비\' \'블랙머니\' 등 작품으로 활약해왔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우 윤병희(39)의 이름을 기억해야할 것 같다.

10년 넘도록 묵묵하게 작품 활동을 해온 윤병희가 마침내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14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결정적인 무대가 됐다. 대중은 꾸준하게 한 길을 걷는 실력자를 반드시 찾아내 주목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시청률 19.1%(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스토브리그’는 주연과 조연의 구분 없이 출연한 배우 모두가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특별한 작품이다. 제작진의 설명처럼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 팀’이 열패감과 불신을 딛고 믿음과 용기, 연대의 힘으로 일어서는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긴 덕분이다.

드라마의 중심은 극의 배경인 야구단 드림즈를 이끄는 여러 인물들이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에 가려져있지만 프로야구의 뭉클한 드라마를 써가는 진짜 주인공들 가운데 윤병희가 연기한 스카우터 양원섭도 있다. 드림즈 구단의 스카우트 팀의 아웃사이더이자 ‘괴짜’로 불리는 양원섭은 ‘짠내’ 나는 매력으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덕분에 윤병희도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둔 12일 오후 만난 윤병희는 “살고 있는 동네의 토박이인데 동네 사람들이 이제야 내가 배우인 걸 알아본다”며 “단골 식당이나 편의점 사장님으로부터 ‘잘 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제일 좋다”면서 웃었다.


● “야구?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윤병희는 오디션을 통해 ‘스토브리그’에 합류했다. 처음 얼굴을 알린 영화 ‘범죄도시’도, 이후 참여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 ‘동네사람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의 문을 두드려 매번 어렵게 출연 기회를 따낸다.

“‘스토브리그’는 3부 분량의 대본을 먼저 받아 읽었어요. 이야기에 힘이 있더라고요. 제가 해석한대로, 양원섭이란 인물을 표현했어요.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는 야구를 못하게 되면서 스카우트 팀으로 일하는 처지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 정의로움을 품었지만 표현할 줄 몰라 마치 괴짜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해석했어요.”

윤병희의 해석과 표현에 ‘스토브리그’ 제작진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윤병희는 첫 오디션 자리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 겪는 적극적인 러브콜이었다.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 외에 보답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드라마에 참여한 배우이지만 저도 ‘스토브리그’의 열혈 시청자이자, 드림즈의 팬이에요. 하하! 누구나 치열한 현실을 살잖아요. 잘못된 현실이나 시스템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드라마가 통쾌하게 채워줬어요.”

요즘 윤병희는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 덩달아 인지도를 높인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를 붙잡고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해 달라’고 말할 때면, 드라마의 힘을 새삼 느낀다. 20대 팬들로부터 ‘같이 사진 찍자’는 부탁도 자주 받는다.

윤병희는 ‘스토브리그’가 담은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특히 대학야구단의 사연에 공감한다고 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이미 고등학생 때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만, 전부 기회를 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학야구로 진학하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학야구를 다룬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양원섭의 대사 중에 ‘아무도 안보는 노력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서글플까’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내뱉은 대사였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대사이기도 했어요. 묵묵히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의 상황이 이입되면서 감정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스카우트팀 양원섭 역을 맡아 활약한 배우 윤병희. 드라마에 이어 영화 '차인표', '오케이마담' 등 작품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블랙머니’ ‘나쁜 녀석들’ 활약…올해도 5~6편 영화 참여

윤병희는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2009년부터 영화 단역과 조연으로 참여해온 그가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형사 마동석을 돕는 정보원 ‘휘발유’ 역을 맡아 활약한 그는 지난해 영화 ‘나쁜 녀석들:더 무비’, ‘블랙머니’로도 활약을 이어갔다.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도 있다.

‘운’이 찾아오는지 얼마 전에는 뜻밖의 유명세도 겪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의도치 않게 출연해 ‘3대째 정통 강남파’라는 진귀한 닉네임도 얻었다.

‘스토브리그’에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 조병규가 마침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하던 도중에 깜짝 등장하면서다. 설날 당일 아침 조병규가 집 근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를 산책하던 도중 우연히 윤병희와 만나는 장면이 방송됐다.

윤병희도, 조병규도, 제작진도,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리얼 만남’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웃음을 안겼다. 조병규가 윤병희를 보고 “강남에 살 것 같지 않다”면서 크게 놀라워하자, 윤병희는 “아버지 대부터 나를 거쳐 두 아이를 둔 지금까지 강남에서 살았다”며 “옛날에 이곳(삼성동)이 밭이어서 아버지랑 고구마도 심어 키웠다”고 받아쳤다. 이에 ‘3대째 정통 강남파’라는 별칭이 생겼고, 이후 포털사이트 검색차트 1위에 오르는 관심을 얻었다.

뜻밖의 관심에 윤병희도 어리둥절하지만 새해에 맞이한 ‘보너스’이자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능 출연이요? 제가 무슨…. 하하! 연기자로 먼저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겁 없이 시작했는데 이제는 점점 겁이 나요.”

잠들기 전 그는 늘 주문을 외운다고 했다.

“‘결국은 해낼 거야’라고 주문을 외워요. ‘범죄도시’ 이후에 작품 수가 늘었지만 ‘스토브리그’처럼 호흡이 긴 작품은 처음이거든요. 앞으로도 호흡이 긴 작품을 진지하게 하고 싶습니다. ‘스토브리그’의 양웝섭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어떨지 고민돼요. 그래도 양웝섭으로부터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배웠어요. 그 용기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윤병희는 3월부터 영화 ‘보이스’ 촬영을 시작한다. ‘범죄도시2’에도 짧게 출연해 힘을 보탤 예정인 그는 촬영을 마친 영화 ‘차인표’ ‘오케이마담’ ‘내가 죽던 날’ 등을 연이어 내놓는다. 윤병희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