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시청자들이 드라마 종영 이후 ‘감독판 블루레이/DVD’ 제작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막을 내린 현빈·손예진 주연 ‘사랑의 불시착’ 시청자들도 현재 관련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다. 사진출처|‘사랑의 불시착’ 블루레이/DVD 추진 카페
■ 인기 드라마 ‘블루레이·DVD’를 팬들이 만든다고?
“평생 간직하자” 팬심으로 똘똘
대본집 기획부터 SNS 홍보까지
“DVD 완성땐 힘든 과정 싹 잊어”
대본집 기획부터 SNS 홍보까지
“DVD 완성땐 힘든 과정 싹 잊어”
현빈·손예진 주연 드라마 tvN ‘사랑의 불시착’이 16일 화려하게 종영했지만 관련해 이제부터 또 다른 일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드라마 애시청자들로 이뤄진 ‘감독판 블루레이/DVD 추진카페’ 스태프다. 이들은 드라마 DVD 제작 의사를 제작사에 문의하고, 드라마 팬들을 대상으로 관련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다. 드라마 종영은 소장용 블루레이와 DVD를 품에 안기 위해 내딛는 첫 걸음이다.
이처럼 요즘 블루레이·DVD 제작의 첫 단추는 방송사나 제작사가 아닌 팬들이 꿴다. 드라마 열혈 팬들이 제작사와 소통하며 직접 제작 과정 전반에 참여한다. 수고비도, 공로패도 없지만 “팬심” 하나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특전’ 기획에 홍보까지…바쁘다 바빠!
한 편의 드라마가 종영할 무렵 팬들 중 일부가 이른바 ‘DVD 제작 추진팀’을 꾸리면서 일은 시작된다. 보통 수장 역할을 하는 ‘총대’와 10∼20여 스태프로 구성된다. 이들은 그래픽 제작, 번역, SNS 담당, 외부 소통책 등 저마다 역할을 나눈다.
구체적 실행의 첫 단계는 예상 구매자를 파악하기 위해 ‘가수요 신청’을 받는 일이다. 일정 판매량이 보장돼야 제작사의 허가를 받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시착’ 추진팀의 한 스태프는 20일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직접 홍보 이미지 등을 만들어 관련 인터넷 카페와 가수요 신청을 홍보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네이버TV 등 영상 플랫폼과 각종 SNS에 각국 언어로 번역한 게시글을 수시로 올린다.
동시에 DVD 구성 요소에 대해 미리 팬들과 의견을 나눈다. 팬들이 원하는 영상 자료 목록을 만들고, 자료 확보를 위해 제작사나 외주유통사와 여러 차례 협의한다. 본편 이외에 NG영상과 본편에 실리지 못한 삭제 장면 등 최대한 풍성한 구성을 담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배우들의 코멘터리(촬영 후일담)를 위한 질문지를 만들고, 포토카드와 대본집 등을 비롯한 ‘특전’을 기획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2016년 tvN ‘시그널’의 경우, 경찰관인 주인공들의 경찰신분증과 수사수첩 등을 구성품으로 넣어 현실감을 높였다. 같은 해 MBC ‘쇼핑왕 루이’도 주인공 서인국이 기억상실증 설정인 점을 살려 ‘기억수첩’을 특전으로 내놨다. 사소한 설정도 허투루 보지 않는 진득한 애정이 톡톡 튀는 DVD 구성의 밑바탕이 되는 셈이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 “평생 기억하고 싶어서”
추진팀 ‘총대’와 스태프는 제작사 제작PD, 방송사 담당자, 외주유통사 측과 함께 블루레이와 DVD의 윤곽을 잡아간다. 제작 관련자들도 판매 이윤보다 ‘팬 서비스’의 개념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추진팀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러 관계자들과 동시에 소통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종종 일부 스태프가 이탈하기도 한다. 2017년 한 드라마의 DVD 제작팀 ‘총대’였지만 신분을 밝히길 꺼린 A씨는 “드문 경우이지만 외주유통사와 소통 착오로 막판에 제작이 무산됐다”며 “생업 이외 모든 시간을 쏟았는데 허무했다”고 회상했다.
DVD와 블루레이를 만드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드라마를 소장본으로 평생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사랑의 불시착’ 감독판 블루레이와 DVD 추진에 힘을 쏟는 스태프는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감독판을 사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 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제작팀에 참여한 또 다른 스태프는 “카페 특성상 서로 실명도 모르는 상태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 DVD를 완성했을 때 힘든 과정을 잊게 된다”며 웃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