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투혼을 떠올리게 한 임성재의 샷

입력 2020-02-23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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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PGA

2020 WGC(월드골프챔피언십)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 약 126억7000만원)은 공기밀도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벌어진다. 평소보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10~15% 이상 늘어나다보니 선수들이 400야드 이상의 장타를 날리는 대회로 유명하다. 파4 1번 홀은 모든 선수들이 원온을 시도하도록 300야드 짧게 만들어 더욱 팬들의 흥미를 끌게 한다.

23일(한국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7355야드)에서 계속된 3라운드에서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하위권에 쳐졌다. 우승과는 멀어졌다. 컷 탈락 없이 4라운드까지 가는 대회에서 임성재(21·CJ대한통운)는 1라운드 14위로 출발해 2라운드 22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는 버디 4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타 밖에 줄이지 못했다. 중간합계 2언더파 211타로 공동 30위다. 선두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15언더파다.

우승권에서 멀어져 방송화면에서 임성재의 경기모습은 자주 잡히지 않았지만 17번 홀에서 눈길을 끌만한 샷을 했다. 파3 158야드 홀이었다. 이때까지 임성재는 4언더파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티샷이 물에 빠졌다. 그 위치가 묘했다. 아주 깊은 물속이 아니라 가장자리였다. 임성재는 고민하더니 벌타를 먹는 대신 쳐서 꺼내기로 했다. 대한민국 골프팬이라면 모두가 기억하는 박세리의 1998년 US여자오픈 18번 홀 맨발의 샷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골프화를 다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서 공을 친 박세리와는 달리 임성재는 신발을 신고 물에 들어갔다. 왼 발은 물 밖에 두고 오른발은 물 속에 잠긴 채로 잠겨 있는 공을 꺼내는 워터해저드 샷을 했다. 많은 물보라를 만들며 탈출한 공은 그린 반대편의 벙커에 빠졌다.

시도는 좋았지만 박세리와 같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임성재는 첫 번째 벙커탈출에 실패했다. 공이 모래 턱 바로 앞에 잠겼다. 결국 4번째 샷 만에 온 그린하며 홀 컵 1m 이내에 공을 붙인 뒤 더블보기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날의 유일한 더블보기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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