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유수빈 “5중대원 친밀도? 단톡방서 ‘사랑 한다’ 애정 표현도”

입력 2020-02-27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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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유수빈 “5중대원 친밀도? 단톡방서 ‘사랑 한다’ 애정 표현도”

성공한 드라마는 잘 설계된 기계와 같다. 누구 하나 허술한 연기를 보이지 않고, 어느 캐릭터 하나 개성적이지 않은 법이 있다. 화면 속 그림이 아니라 짜임새가 아름다운 것을 단순히 ‘잘 된 드라마’로 표현하는 건 아깝다.

배우 유수빈 역시 잘 짜여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활약했다. 그 또한 ‘사랑의 불시착’에서 5중대원 김주먹을 연기하며 이 작품이 흥행이라는 결과를 받아들 수 있게 일조했다.

“이렇게 대박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죠. 제게 그런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만약 하게 되더라고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이 작품 덕에 제게 많은 응원과 관심이 쏟아졌어요. 많은 분들이 저 유수빈을 떠올릴 때 이 작품도 함께 떠올려 주셨으면 해요.”

유수빈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소위 감초 연기 그 이상을 보여줬다. 북한 군인임에도 ‘천국의 계단’ 애청자로 남한 문화에 빠삭한 김주먹은 늘 시청자에게 웃음과 숨을 돌릴 여유를 마련해 줬다. 물론, 배우 본인이 숨 돌릴 틈이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촬영 초반에 지방을 다니고 그럴 때는 춥기는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오히려 5중대원들이 남한으로 넘어오고 나서는 제 분량도 많아지고 수면 시간도 부족해져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는 것도 그 때부터였어요. 5중대원들과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이 가운데 캐릭터적인 고민도 한때 그를 괴롭혔다. 남한 드라마에 심취한 북한군인, 현실에도 분명 있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그런 인물을 찾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김주먹 연기에 참고할 자료들이 적긴 했죠. 그래서 더 제가 명확하게 주먹이 캐릭터를 잡고 가지 않으면 나중에 흔들릴 것 같았죠.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주먹이의 순수하고 단순한 모습이었어요. 실제의 저는 주먹이만큼 순수하진 않으니까요. 최대한 주먹이의 시선으로 대본을 봤어요. 억지로 순수한 척을 하면 시청자 분들에게 무조건 걸리거든요.”

과거 어느 배우는 인터뷰에서 “연기란 사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짜지만 진짜처럼 연기하고 시청자을 몰입시켜 가짜인 것을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다면 북한 군인을 연기할 때 가장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언어다.

“북한 말을 입에 붙이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저는 함경북도 사투리를 준비해서 연기했는데 정작 주먹이는 평안도 말을 쓰거든요. 그래서 직접 새터민 출신 선생님을 만나서 배우기도 하고, 제가 대사를 녹음해서 보내드리면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공부했어요. 그래도 말이라는 게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곧바로 입에 붙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처럼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는 결국 해냈다. 순수함을 넘어 다소 눈치 없는 김주먹의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유수빈은 그 공을 함께 한 동료 배우들에게 돌렸다.

“5중대원들은 극중에서 보여주는 친밀도보다 현실에서의 친밀도가 더 높아요. 현장에서도 계속 붙어있고 같이 대본 리딩도 하고 사적인 고민들도 나누니까요. 지금도 단체 대화방에서 남자들끼리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도 서슴없이 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또한, 유수빈은 극중 5중대원들을 이끈 현빈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현빈과의 첫 만남을 “처음에는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현빈 선배가 남자답고 차분하신 분이라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를 굉장히 귀여워 해주시도 동생처럼 잘 대해주셨어요. 그 덕에 연기를 할 때도 굉장히 자유롭게 할 수 있었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실제 중대장처럼 저희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믿음이 갔죠.”

성공의 경험은 자신감과 더불어 부담감을 같이 안긴다. 지금의 유수빈 역시 ‘사랑의 불시착’ 성공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동시에 다음 행보를 준비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하려고 해요. 가끔 남과 함께 찍을 때가 아닌 저 혼자 카메라를 받을 때 연기를 보면 늘 워스트가 나오더라고요, 아마 부담감과 제 욕심이 합쳐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작품을 통해 저는 5중대원이라는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고 전에는 하지 않던 새로운 연기 고민들이 생겼어요. 다음 작품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죠. 이렇게 조금씩 제가 성장하는 모습들이 기뻐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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