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부처 컴백…‘현역 SV 2위’ 정우람, “비교? 기분 나빠하실 텐데…”

입력 2020-03-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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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화는 마무리 투수에 대한 걱정이 없다. 언제나 믿음직한 클로저 정우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우람은 자신과 투구 스타일이 전혀 다른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삼성)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정우람.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투수와 야수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찬바람을 피하기 힘들다. 쟁쟁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우람(35·한화 이글스)이 가진 가치는 리그의 흐름과 무관하다.

정우람은 2020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39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정우람이 이번 계약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목은 금액이 아닌 계약기간이었다. 그동안 30대 중반의 불펜투수는 시장에서 큰 매력이 없다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한화는 만35세 정우람에게 4년 계약을 통 크게 안겨줬다. 계약이 끝나면 정우람은 39세를 앞두게 된다. 사실상 한화맨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화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정우람은 “구단에서도 나를 인정해준 느낌이다. 앞선 4년간 부상 없이 경기에 나섰던 걸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4년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에이징 커브’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를 거듭할수록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던 정우람이지만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스스로도 “앞선 4년보다 이번 계약 기간이 더 어려울 것 같다. 30대 중반을 기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배들의 모습도 봐왔다”며 “나이가 들수록 관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때로는 혹사 논란에 시달렸을 만큼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지만 큰 탈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비결을 물었다. “그걸 알면 만병통치약을 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프로 16년차의 노하우를 밝혔다.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알아야 한다. 사소한 습관이나 패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버리고 고쳐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선배의 루틴이라도 내게 맞지 않으면 그걸 따라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으로는 쉼표가 중요하다. 사실 나도 한 번도 안 아프면서 여기까지 온 건 안다. 중간중간 부상도 있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다들 그렇지 않나. 그때 부상을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후배들을 보며 ‘하루 쉬면 나을 텐데…’라고 느낄 때도 있었다. 무작정 참는 것보다 쉬어갈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지난해 KBO리그 마무리투수 지형도는 완전히 새로 쓰였다. 세이브 상위 10걸 중 이전까지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뒀던 이는 정우람과 함덕주(두산 베어스)뿐이었다. 8명의 ‘새 클로저’가 리그를 수놓았다.

외로웠던 베테랑 정우람에게 올해 또 한 명의 경쟁자가 생겼다. ‘끝판왕’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가 돌아온 것이다. 외부에서는 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277개)과 통산 7위이자 현역 세이브 2위인 정우람(165개)의 경쟁구도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정우람은 “(오)승환이 형이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 나란히 두기에는 정말 대단한 선배님이시다”라고 손사래를 친 뒤 “경쟁이라기보다는 후배로서 배우는 입장에서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대신 와르르 쏟아진 ‘새 클로저’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건넸다.

“야구라는 게 쉬운 것 같아보이다가도 부침이 심한 종목이다. 세이브를 많이 기록했던 타 팀 후배들이나 우리 팀 투수들이나 지난해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주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한국야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투수진이 좋아야 국제대회 성적이 난다. 특히 불펜투수가 강해야 약속의 8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 나보다 쌩쌩한 투수가 많지만 불러주신다면 태극마크를 달 준비는 돼있다. 물론 마음은 비우고 있겠다(웃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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