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인방’ 찍는 GM…성민규 단장의 진짜 프로세스, 팬 퍼스트

입력 2020-03-02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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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실시간 소통 중인 성민규 단장. 사진캡쳐 | 자이언츠TV

개인 휴대전화로 ‘유튜브’ 방송을 켠다. 팬들의 실시간 채팅을 읽으며 질문에 답하고, 스프링캠프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인터뷰한다. 연습경기를 중계하며 샤우팅까지 아끼지 않는다. 구단 리포터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구단 GM(General Manager·단장)의 영역은 아니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38)은 요즘 소통의 맛에 빠졌다.

성 단장은 호주 애들레이드의 롯데 스프링캠프와 한국 팬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작은 2월 27일 인천공항에서였다. 호주 출국을 앞둔 성 단장은 ‘프로세성(프로세스+성민규)’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공항 라운지에서 실시간 방송을 켰다. 호주에 도착한 이후에도 두 차례 연습경기 중계, 선수 인터뷰 등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김원중, 윤성빈 등 젊은 투수들에게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격의 없이 소통했고 연습경기 중계 중에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사실 성 단장은 지난 겨울 내내 프로그램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방송 출연 섭외에 응했다. 자신의 철학과 구단 비전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여기에 다년간의 메이저리그 해설로 생방송에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짜여진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것과 직접 방송 콘텐츠를 구성 및 제작하는 건 다른 영역이다.

팬들과 실시간 소통 중인 성민규 단장. 사진캡쳐 | 자이언츠TV


롯데도 캠프 초반에는 구단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TV’팀이 호주에서 콘텐츠를 제작했다. 하지만 몇몇 상황이 꼬이며 내부에서 기대하던 양을 충족하지 못했다. 타 구단에서는 고성능 카메라 여러 대를 동원해 캠프 연습경기를 생중계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롯데 팬들은 아쉬움을 성토했다. 때문에 성 단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2일 연락이 닿은 성 단장은 “직접 방송을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안 좋은 시선이 걱정됐다. ‘프로야구단 단장이 뭐하는 짓이냐. 너무 나댄다’는 얘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단장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우리 롯데 팬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고 싶었다”고 방송을 켠 이유를 설명했다. 성 단장은 물론 롯데 프런트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비시즌, 특히 캠프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팬들의 갈증 정도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성 단장은 최근 영상팀 소속을 자신의 직속부서인 커뮤니케이션 파트로 바꿨다.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 쓰기 위한 선택이다.

성 단장은 “구단 유튜브 채널을 롯데를 좋아하는 팬들이 옹기종기 모여 우리 팀의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각오했다. 각종 통계자료로 무장한 ‘프로세스’는 성 단장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프로세스의 궁극적 지향점에는 팬이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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