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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스포츠동아DB
“저는 뛰어야 하는 선수입니다.”
134경기에서 타율 0.295, 10홈런, 63타점. 손아섭(32·롯데 자이언츠)의 지난해 성적이다.
1군에서 자리 잡은 201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 2010년부터 이어진 9년 연속 3할 기록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주장 중책을 맡았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최하위라는 팀 성적도 받아들여야 했다. 손아섭에게 2019년은 여러 모로 아쉬움만 가득한 한 해였다.
그래서일까. 손아섭은 지난 겨울 예년에 비해 조금 더 일찍 배트를 쥐었다.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기술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철저한 ‘루틴 주의자’의 변화였다. 최근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 ‘스포츠동아’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손아섭은 “뛸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나는 ‘언제든 뛰어야 하는 선수’다. 지난해 몸이 다소 무거웠는데 몸을 가볍게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2016년 42도루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3년 연속 20도루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13도루로 개수가 줄었고, 특히 성공률은 61.9%(13성공·8실패)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저조했다.
리그 분위기가 투고타저로 돌아선 만큼 ‘뛰는 손아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리그 정상급 타자들 대부분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의 여파로 장타 기근을 겪었고, 올해는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날렵한 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아섭은 “공인구 교체 때문에 변화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타격을 돌이켜보면 임팩트 순간 힘을 100% 싣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진했던 것 같다”고 자체 진단했다.
허문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선수들에게 효율성, 그리고 자율을 강조했다. 긴 시간 이어지는 무의미한 반복 훈련을 지양하고 선수들 스스로가 왜, 어떻게 자신의 컨디션과 기량을 유지할지를 깨닫도록 주문하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을 자랑하는 ‘악바리’ 손아섭에게 자율 훈련은 어떤 의미일까.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손아섭은 “정말 훌륭한 시스템이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이런 시스템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로 롯데 선수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인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손아섭 역시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고도 특별타격훈련을 자청할 만큼 훈련장을 달구고 있다.
스토브리그를 달군 롯데에는 희망적 전망이 여럿이다. 그러나 손아섭의 반등 없이는 좋은 성적도 힘들다. 그에게 목표를 묻자 “첫째는 가을야구다. 기회가 된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긴 하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열심히 준비했다. 재미있는 야구를 보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곁들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