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리치의 각본에는 자유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맛있는 대화들이 이어지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각본을 직접 연출하는 만큼, 그는 촬영 당일에도 시나리오를 즉흥적으로 고쳐 쓰는 일이 비일비재해, 배우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는 비하인드까지 전해졌다. 업계 퀸 ‘로잘린드’ 역의 미셸 도커리는 외워둔 대사가 늘 바뀌는 탓에, 늘 긴장상태로 촬영장에 도착했다고 밝히며 “무엇이라도 바뀔 수 있으니 준비되어 있어야 하죠. 매번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보완을 하니, 보람도 더 커요” 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젠틀맨’의 맛깔 나는 이야기 꾼 ‘플레처’ 역의 휴 그랜트는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자랑했다. 초반 플롯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대사량은 무려 40페이지가 넘었는데, 이를 두고 휴 그랜트는 “가족여행으로 스키장을 갔지만 리프트에서 대사만 외우느라 스키는 타지도 못했다”는 깜찍한 투정을 보이기도 했다. “알차고 대담한 ‘플레처’의 대사를 나만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킨다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한 그는 베테랑 연기파 배우답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소화해낸 것은 물론 찰리 허냄과도 단 5일만에 모든 씬을 촬영해냈다는 깜짝 비하인드를 밝혀 두 사람의 완벽한 케미스트리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이 밖에도 매튜 맥커너히와는 겹치는 씬이 없어 촬영 중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영화 홍보 차 진행한 라디오 프로모션에서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는 유쾌한 비하인드를 알리기도 했다.
각본과 연출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신사들의 스타일링 또한 눈여겨볼 만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특색을 살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 ‘젠틀맨’ 속 의상 스타일링은 전작 ‘알라딘’을 함께했던 의상 디자이너 ‘마이클 윌킨슨’과 가이 리치 감독이 완성해낸 것이다. 유럽을 장악한 마약왕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과 그의 오른팔 ‘레이먼드’(찰리 허냄)의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제작진은 런던 남성복 매장을 반나절 넘게 돌아다니며 수트를 작업했는데, 카리스마 있는 보스의 이미지를 위해 매튜는 주로 어두운 계열의 트위드 수트를 착용했으며, 액티브한 장면이 많은 찰리는 댄디한 느낌의 수트를 착용했고, 구두 또한 모두 100% 수제로 탄생되었다.
이에 매튜 맥커너히는 “‘젠틀맨’을 찍은 뒤로 옷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젠 집에서도 신경 써서 입었더니 아내가 웃더라”라며 제작진의 노력에 엄지를 추켜세웠다.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휴 그랜트는 원칙도 양심도 없는 노련한 사설탐정의 이미지를 위해, 레이밴 선글래스에 렌즈를 짙은 레드 색상으로 교체했다. 검붉은 피가 연상되는 어딘가 불편한 느낌의 레드 색상과 휴 그랜트의 능글맞은 연기의 조합으로 그의 변신은 모두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젠틀맨’을 본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최고의 씬스틸러로 꼽는 ‘팀 토들러스’는 유쾌한 입담과 폭발하는 흥, 힙한 OST로 눈길을 모았는데, 이는 실제로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명 래퍼 ‘벅지 말론’이 참여한 것으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다. 벅지 말론은 극 중에서 권투강사 ‘코치’(콜린 파렐)의 제자로 등장해, 다른 제자들과 함께 ‘팀 토들러스’를 꾸리고 마리화나 농장을 터는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한다. 영화 중반 및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팀 토들러스’의 노래는 실제로 벅지 말론이 작업한 곡으로, 개봉 이후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음원 사이트에도 스트리밍 되며 많은 영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꾸준한 호평과 함께 N차 욕구를 자극하기 딱 좋을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 ‘젠틀맨’은 지금 절찬 상영 중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