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코로나19가 바꾼 프로야구 현장, 두산 첫 공식훈련 풍경 어땠나

입력 2020-03-1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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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훈련이 진행됐다. 두산 정상호가 마스크를 쓰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 베어스가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첫 훈련을 진행한 11일 잠실구장.

훈련 시작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는 적막이 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대구·경북은 물론 온 나라를 휘감고 있는 탓에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많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 후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했고, 시즌 개막 연기도 확정된 상황. 개막 시점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런 가운데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프로야구단 중 사실상 처음 공개되는 국내 훈련이었기 때문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취재진을 보며 “한국시리즈(KS) 하는 줄 알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두산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너나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서로를 배려했다.

잠실구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은 5일 오전 9시부터 일찌감치 출입이 막혔다. 올림픽대로와 바로 연결되는 출입구로 많은 차량이 드나드는 통로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동문으로부터 약 1㎞ 떨어진 주 출입구(남문출입구)로 이동해야 진입이 가능했다. 선별치료소는 서문출입구에 설치됐는데, 드라이브-스루(Drive-Thru) 형태로 자가용에 탑승한 채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야구장 근처 역시 코로나19 탓에 여느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 마스크는 필수, 자칫하면 선수도 출입금지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에 들어서자 열감지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관리자인 잠실구장 보안 담당업체의 전상열 팀장은 카메라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전 팀장은 “원칙적으로 선수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도 확실하다. 쌀쌀한 날씨를 고려해 체온이 섭씨 35도 이상으로 감지되면, 일단 비접촉 체온계로 재측정한다. 여기서도 체온이 섭씨 37.5도 이상이면 VIP실로 옮긴 뒤 관리본부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한다. 평소에는 훈련 때마다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날 잠실구장 주변에는 선수들의 타구소리만 울려 퍼졌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훈련이 진행됐다. 두산은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훈련 취재 시 취재 구역 제한과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취재구역도 제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KBO와 10개 구단은 구단별 구장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선수단과 취재진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구장 내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착용 시 출입을 제한한다. 덕아웃과 감독실, 라커룸, 식당, 구단사무실 등 선수단 구역의 출입을 제한했고, 인터뷰 및 취재 가능 구역도 한정했다. 이날 두산의 경우 3루 덕아웃에서만 훈련 참관과 인터뷰가 가능했다. 선수단 클럽하우스가 1루쪽이라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한다는 의미다. 1루 덕아웃쪽에는 ‘선수단 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인터뷰 시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소 2m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사진 촬영 또한 가능 구역을 미리 지정하고, 지정 장소 외에선 촬영을 제한했다. 개막일을 확정하기 전까진 이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2일부터 공식 훈련을 시작하는 KT 위즈도 취재 가능 구역을 수원KT위즈파크 3루 덕아웃 및 대회의실로 한정하고 그라운드 출입을 제한키로 했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훈련이 진행됐다. 선수들이 훈련 도중 웃음을 짓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사령탑도 선수도 조심조심

인터뷰 때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며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 때까지만 해도 운동에 집중하느라 정확한 상황을 몰랐지만, 개막이 연기되고 나니 확실히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훈련 때도 마스크를 착용한 정상호는 “확실히 숨이 차다 보니 훈련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게) 불편하긴 하다”면서도 “훈련이 끝난 뒤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장 오재원은 “선수들도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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