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리드오프 변신+강정호 효과…캠프 주인공 심우준의 완벽주의

입력 2020-03-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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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이 4월 중으로 잠정연기된 가운데 KT가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1회초 수비 중 빅(홈)팀 심우준이 밝게 웃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스프링캠프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사령탑이 구상하는 타선 변화의 핵을 맡아 변화를 꾀했다. 여기에 롤 모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기회까지 톡톡히 누렸다. 심우준(25·KT 위즈)의 2020 시즌 키워드는 ‘여유’다.

이강철 KT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 직후 타순 변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9번타순을 도맡았던 심우준을 리드오프로 올리는 계획이었다. 심우준~김민혁으로 테이블세터를 구상해 빠른 발 극대화를 기대했다.

문제는 심우준의 선구안이었다. 5시즌 통산 604경기에서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은 0.036에 불과했다. 볼넷(61개)보다 삼진(259개)이 많다는 점도 리드오프 기용을 주저하게 했다. 유격수로 체력 부담이 심한 것도 염려대상이었다.

이 감독은 심우준의 성장세를 믿었다. 스프링캠프 내내 김강 타격코치는 심우준의 선구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실전은 물론 타격훈련 때조차 ‘버리기’를 주문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코스는 확실히 버렸다.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심우준은 “캠프 때부터 공 고르는 게 달라진 걸 느꼈다. 약점인 코스에는 절대 배트를 안 내고 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프로야구 개막이 4월 중으로 잠정연기된 가운데 KT가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심우준.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강 코치의 긍정 코칭도 효과를 봤다. 심우준이 약한 코스에 배트를 낸 뒤 아쉬움에 고함을 쳐도 “스스로 알면 됐다”며 지적을 삼갔다. 훈련 중에는 “괜찮다”고 칭찬한 뒤 평정을 찾았을 때 교정 포인트를 지적한 것도 심우준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장점으로 꼽히는 수비에서는 롤 모델 효과가 컸다. KT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의 배려로 소속팀이 없는 강정호를 캠프에 합류시켰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강정호가 롤 모델이었던 심우준은 같은 조에서 ‘펑고’를 받으며 그를 어깨 너머로 지켜봤다. 감각적인 부분은 흉내 내기 어려웠지만 글러브에서 공을 빼 송구하는 동작만큼은 확실히 참고가 됐다.

심우준은 수비에서만큼은 완벽주의를 꾀한다. 스스로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편해졌다”고 자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공보다 실패에서 그걸 느낀다. 잔실수 하나에도 ‘괜찮다’며 넘어갔던 과거에서 벗어나 “맘에 안 들었다”고 인정한다. 100개 중 하나만 놓쳐도 아쉬움을 느낄 만큼 여유가 생겼다. 멘탈의 변화는 결과를 바꾼다. 심우준은 그 변화 앞에 섰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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