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훈련 예정인 SK 와이번스가 17일 협력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훈련을 중단했다. 야구장 출입구가 닫혀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된 가운데, 10개 구단의 국내 훈련에도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는 17일 “협력업체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따라 1군 선수단의 훈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양 구단의 전광판 운영관리를 동시에 맡고 있는 해당 확진자와 각 구단 선수단, 구단 직원간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구단은 1차 접촉 대상자인 협력업체 대표 및 그와 만난 관계자들의 검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은 불씨가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에 모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앞서 키움 히어로즈도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16일 고양구장에서 퓨처스 훈련을 앞둔 2군 선수가 38.3도에 이르는 고열 증세를 보여 같은 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2군 자체 청백전 및 훈련을 즉각 취소했다. 다행히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17일 그 선수가 음성 판정을 받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키움은 “예방 차원에서 해당 선수를 퓨처스팀 숙소 1인실에 14일간 자가 격리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1·2군 선수단은 18일 고척과 고양에서 각각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공포는 국내 프로스포츠에도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모양새다. 최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뚜렷한 유럽에서는 이미 난리가 났다. 이강인이 소속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는 선수단의 35%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모두 자가 격리 조치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도 시범경기를 취소하고 정규시즌 개막일을 3월 말에서 5월 이후로 미룬 상태다. 리그가 일시 중단된 국내 남녀프로농구, 남녀프로배구는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고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프로축구 역시 뚜렷한 대책은 없다.
특히 대규모의 선수단을 운용하는 야구단의 경우 다른 종목에 비해 위험요소가 훨씬 크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선수단은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고 있지만 구단 직원, 협력사 등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야구장에서 코로나19를 완벽히 차단해내기란 쉽지 않다. LG 트윈스가 17일까지 2군 훈련장인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전원 합숙 훈련을 진행한 이유다.
훈련이 중단된 SK와 NC도 잔뜩 경계하고 있다. SK는 훈련이 취소된 직후 야구장과 사무실 내부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아울러 안전을 고려해 1차 접촉 대상자인 협력업체 대표와 직접 만난 일부 구단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진을 진행했다. 모두 의심스러운 증상이 없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는 18일까지는 야구장을 폐쇄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후 야구장 개방 및 훈련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외국과 달리 방역 체계를 잘 갖춘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차츰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야구단들도 “아직 방심은 금물”이라며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