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종, 나성범, 김하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종료 후 해외 진출을 노리는 이들도 간절하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ML) 도전에 나서는 양현종(32·KIA 타이거즈), 나성범(31·NC 다이노스),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이 그 주인공이다. 전례를 살펴봤을 때 ‘FA 로이드(프리에이전트 권리 행사를 앞둔 선수들의 비약적 성적 향상을 의미하는 말)’보다 무서운 ‘ML로이드’가 ‘몬스터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해외 진출, 직전 해 몬스터 시즌은 필수!
KBO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ML에 진출해 성공적 시즌을 보낸 최초의 사례는 류현진(33·토론토)이다.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 직후부터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지만 2012년에는 27경기에서 9승9패에 그쳤다. 데뷔 첫 10승 실패였지만 세부지표를 따져보면 ‘몬스터 시즌’이었다. 리그 평균대비 활약도를 알 수 있는 조정평균자책점(ERA+)은 2011년 124.5에서 2012년 146.9로 훌쩍 뛰었다. 류현진은 이러한 활약을 발판삼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류현진은 물론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등 ML에 도전했던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진출 직전 해 ‘커리어하이’에 달하는 성적을 냈다.
해외 스카우트들은 수년간 지켜본 데이터를 통해 선수를 판단한다. 하지만 도전 가능 시점에서 얼마만큼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지는 또 다른 포인트다. 반대로 2019 시즌 종료 후 ML에 도전했던 김재환(두산 베어스)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여파로 주전 도약 이래 가장 부진했고, 결국 포스팅 무응찰로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해외 시장에 정통한 스카우트는 “2019년에도 꾸준히 활약했다면 김재환의 포스팅 도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앞의 구슬땀만 신경 쓴다
양현종은 FA, 나성범과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밖에도 박종훈(SK), 김재환도 해외 진출 도전 의사를 검토 중이다.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등 한국 선수가 ML에 쏟아졌던 2015~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도전의 바람이다. 앞선 사례가 증명하듯 2020 시즌 괴물 같은 활약은 도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아직 개막일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시즌이 더 미뤄진다면 포스팅 시스템 절차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들은 먼 미래의 도전을 위해 눈앞의 몸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현종은 귀국 인터뷰에서 “페이스 조절에 지장은 있겠지만 모두가 감안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라며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잘 준비한다면 작년 같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