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법’ 정지소 “‘기생충, 그 아이였어?’라는 말 제일 기분 좋죠”

입력 2020-03-19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낯익은 정지소가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방법’으로 새롭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 tvN ‘방법’ 주인공 정지소의 재발견

연기 때문에 피겨 13살에 그만 두고
재작년 ‘기생충’ 촬영 위해 대학 자퇴
‘방법’ 통해 진면목 보여주고 싶었죠
다음은 평범한 캠퍼스 커플 어때요?

“‘기생충, 그 아이였어?’ 그 말을 듣고 가장 기뻤어요.”

연기자 정지소(21)에게 2월10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출연작인 영화 ‘기생충’이 이날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쥐었고, 첫 주연 드라마인 tvN ‘방법’이 방송을 시작했다. 덕분에 이름 석 자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웃었다.


● “‘기생충’ 촬영 위해 대학 자퇴까지”

새로운 얼굴 같지만, 정지소는 본명인 ‘현승민’으로 2012년부터 아역 연기 활동을 해온 ‘베테랑’이다. MBC ‘메이퀸’(2012), MBC ‘기황후’(2013), SBS ‘하이드 지킬, 나’(2015) 등 다양한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었다. 데뷔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다. “선택에 책임을 지려” 오로지 연기에만 매달렸다.

“연기가 하고 싶어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피겨스케이팅을 13살에 그만뒀다. 첫 오디션인 ‘메이퀸’에 운 좋게 붙어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껏 한 길만 달려온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피겨에 이어 연기까지 그만두면 의지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는 싫었다.”

“자존심 세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 힘이 됐다. “현장에서 부족한 게 생기면 집에 가서 곧바로 해결될 때까지 파는” 집요함도 지녔다. 영화 ‘기생충’과 17일 종영한 tvN ‘방법’도 그 결과물이다. ‘기생충’에서는 ‘부잣집 가족’ 이선균·조여정의 딸이자, 최우식의 과외 학생인 박다혜 역을 소화했고, ‘방법’에서는 악귀(성동일)에 맞서 저주의 살을 날리는 ‘방법사’ 백소진을 연기했다.

“2018년 ‘기생충’을 촬영하면서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를 자퇴했다. 기회가 왔을 때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때가 아니면 봉준호 감독님의 ‘따봉’을 언제 받아보겠나. 그 시기에 활동명도 ‘정지소’로 바꾸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동생의 이름이 화랑인데, 신라시대 지소태후가 화랑을 조직했다는 것을 보고 직접 지었다. 이름 바꾸고 잘 됐다고? 운명을 개척한 건가 싶다.(웃음)”

tvN ‘방법’ 스틸 컷. 사진제공|tvN


● “카리스마 있는 ‘원톱 주인공’ 원해”

상승세에도 고민은 따랐다. ‘기생충’으로 쏟아진 관심이 스스로 “포장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거라고는 (최)우식 오빠 업고 달린 것 밖에 없는데”라며 민망해하다가도 “나조차 의심한 내 가능성을 ‘방법’ 팀이 알아봐줬다.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법’은 쉬운 드라마는 분명 아니었다. 판타지 장르에 주술 같은 소재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나 있을 법한 분위기에 강하게 끌렸다. ‘삭발도 할 수 있냐’는 김용완 PD님의 질문에도 겁 없이 ‘네!’하고 내지를 정도였다. 함께 출연한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선배님이 ‘이 부분이 막히지 않니?’ 하며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작품이 워낙 강렬한 덕분에 ‘기생충’의 다혜를 떠올리는 시청자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지난달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떨고, 캠퍼스 커플이 로망”인 평범한 20대 청춘으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곧 ‘방법사’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올해 여름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영화 ‘방법’ 촬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했으니 끝장을 봐야죠”라며 각오를 다진다.

“씩씩한 여장부 캐릭터를 동경해 주로 그런 역할을 해왔다. 강한 여주인공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롤 모델인 김혜수 선배님처럼 카리스마 있는 ‘원톱 여주인공’을 세상에 꼭 내놓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