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방법’ 김용완 감독 “조민수 굿 하다 실신…‘잘 나왔나요?’ 되물어 눈물”

입력 2020-03-23 1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방법’ 김용완 감독 “조민수 굿 하다 실신…‘잘 나왔나요?’ 되물어 눈물”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방법’은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집필하고 ‘기생충’의 정지소의 드라마 출연작 등 기대감이 부풀어 오를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지녔다.

그러나 ‘방법’은 단순한 공포물 혹은 오컬트물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며 끝을 맺었다. 악귀와의 싸움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대 이상의 심리전을 안방에 펼쳐 보였다. 이에 작가로 변신한 연상호 감독의 대본 외에도 이를 구현한 김용완 감독의 연출력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과연 ‘연출 좀 한다 하는’ 두 감독의 협업은 어땠을까.

“오히려 연상호 작가님은 자신이 쓴 글이지만 본인도 감독으로써 ‘연출자’라는 포지션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갖는 자리인지 아셔서 연출적으로 저를 매우 신뢰해주어요. 그래서 더욱 그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제 색깔을 연 작가님의 글에 잘 적용해 서로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처럼 김용완 감독은 ‘방법’을 통해 함께 한 연상호 작가와의 작업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큰 그림의 ‘방법’ 시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이 재미있었고, 후배 감독으로써 연 작가님의 열정에 놀라기도 하며 많이 배웠다”며 “연상호 작가님은 매우 순발력이 뛰어나고, 시의성 있는 주제를 현재 시청자들의 관심사와 잘 접목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방법’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압도적인 힘만을 내세워 드라마를 구성하지 않았다. ‘포레스트’ 저주의 숲이라는 SNS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는 설정을 부여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사이버 따돌림을 연상케 한다.

“우리 드라마는 누가 범인이고 누가 악귀인지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저주를 하고 왜 저주를 하냐’가 중점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새롭게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이었죠. 그래서 굿 장면과 방법 장면에 매번 다른 시도들을 하려고 했었죠.”


이런 김용완 감독의 구상과 새로운 시도는 우선 성동일과 조민수, 이 두 배우를 통해 촘촘하게 만들어 졌다. 굿을 통해 악귀가 씐 진종현, 그의 영적인 조력자 진경 두 사람의 존재감은 단순한 악역이라고 부르기엔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회의를 통해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배우의 캐스팅을 일찍 확정한 편이에요. 대본 속 각 캐릭터를 세 분만큼 잘 표현해주실 배우들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은 이견이 없었죠. 먼저 성동일 배우는 선악이 공존하는, 매우 어려운 캐릭터인데도 엄청난 노하우로 항상 다양한 톤을 준비해 오셔서 저와 소통해주셨어요.”

또한, 김용완 감독은 진경 대표 역을 맡은 조민수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민수는 앞서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도 실제 무당 못지않은 굿 장면을 완성했다. 어쩌면 드라마 ‘방법’에서 리얼리티를 담당한 것은 조민수일지도 모른다.


“무당이라는 역할이 단순히 굿 이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실제로 신을 모신다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쉽게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조민수 배우는 그 어려운 과정을 굿 연습, 액션, 의상, 메이크업 등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대충하지 않으셨죠. ‘진짜 프로는 저런 거구나’라는 감동을 받았고, 굿 장면에서 마지막에 쓰러지시면서도 제 손을 잡고 ‘잘 나왔어요 감독님? 만족스러워요?’라고 물어보셨을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나 이렇게 구성된 ‘방법’의 리얼리티는 김용완 감독, 조민수 외에도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쌓아 올려졌다. 세계관 자체가 무속 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전문가의 자문은 필수적이었고, 이를 통해 구현된 ‘방법’ 속 죽음들은 다른 오컬트 장르와 차별될 수 있었다.

“시청자분들이 드라마 ‘방법’에서 사람을 어떻게 잔인하게 죽이는지 그 묘사를 매우 관심있게 봐주신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냥 공포영화적인 장르적 성취감만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았죠. 오히려 음산한 기운과 상상력으로 ‘이후 상황이 더 궁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각각 저주를 통해 희생될 때는 그 방식이 다 다르게 표현됨으로써 식상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이런 ‘방법’의 세계관 그리고 완성도에 시작과 끝을 장식한 것은 10대 방법사 역할을 맡은 정지소다. 그에겐 다소 낯설 무속 신앙 그리고 어떤 참고 자료도 없을 ‘방법사’를 연기한 정지소는 연상호 작가, 김용완 감독이 만든 ‘방법’ 세계관의 히로인이다.

“정지소의 경우는 영화 ‘기생충’에 출연했다는 것을 몰랐을 정도로 신선했는데, 첫 미팅에서부터 뭔가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어요. 실제로 정지소 배우는 아역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배우에요. 이번 작품에서는 악귀가 속에 있어서 암울하고 아픈 캐릭터였지만, 실제로는 매우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친구입니다.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배우라서 행보가 매우 기대되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 EN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