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5대·단장이 해설…코로나19에 지친 야구팬 달래는 자체중계

입력 2020-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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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일이 4월로 늦춰진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두산이 자체 중계를 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자체 중계 맞아?’

기존 일정대로면 시범경기를 마치고 미디어데이에서 설렘을 끌어올릴 시기다. 하지만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췄다. 개막은 기약이 없다. 물밑에서는 자체 청백전이 한창이지만 팬들의 입장이 불가능하다. 팬들에게는 마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처럼 ‘다른 세상 얘기’로 느껴졌다. 이런 팬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일부 구단이 팔을 걷어붙였다. 예산을 화끈하게 투자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팬들의 시선이 가장 쏠린 팀은 KIA 타이거즈다. KIA는 23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백전을 자체중계했다. 영상은 통신 3사 및 포털 2개사에도 동시에 송출됐다. 단순히 스코어나 흐름 정도만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카메라 5대가 투입됐다. 여기에 광주지역 케이블TV인 ‘CMB’의 중계 담당 홍성희 캐스터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에 마케팅팀이 응원가까지 재생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KIA를 상징하는 응원가 ‘남행열차’가 나왔을 때 실시간 채팅창은 ‘폭발’ 직전이었다.

실제 시즌 중계방송을 뺨치는 다양한 콘텐츠에 팬들의 이목이 몰렸다. 평일 오후임에도 누적 시청자는 8만 명을 훌쩍 넘겼다. KIA 관계자는 “팬들을 위한 보답 차원”이라며 현재 일정이 확정된 금주 홍백전 3경기도 중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는 21일 청백전으로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데 이어 23일 경기도 중계했다. 두산은 스포츠마케팅 기업 ‘스포카도’와 손잡고 5대 이상의 카메라를 투입했고, 일구회 사무총장인 구경백 해설위원이 베어스포티비 한형구 캐스터와 함께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두산은 지난해 시범경기가 중계되지 않았을 때도 구 총장과 함께 자체중계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한화 이글스는 인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같은 날 청백전에 정민철 단장이 직접 중계부스에 앉았다. 정 단장은 2015년부터 5년간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중계 마이크를 잡은 바 있다. 베테랑의 풍모가 물씬 느껴지는 해설에 한화 팬들도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4회부터는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이동걸 전력분석원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한화 역시 금주 두 차례 더 중계를 예고한 바 있다.

‘MLB네트워크’ 존 헤이먼은 22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에서는 지금 야구를 하고 있다. 부럽다”며 중계로 이를 지켜보는 환경에 감탄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단들은 “적잖은 예산이 들지만 무기한 연기된 KBO리그 개막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라면 지금 돈을 아낄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아직 방송을 개시하지 않은 몇몇 구단들도 팬들의 목마름을 파악해 움직임에 나설 분위기다. KBO리그 정규시즌은 아직 개막하지 않았지만 야구는 이미 시작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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