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써니’에서 ‘더 게임’까지…류혜린의 변신은 ‘무죄’

입력 2020-03-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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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혜린.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10년차 연기자 류혜린(36)에게 연기란 아직도 “고민의 연속”이다. 무게감부터 외모까지 캐릭터의 사소한 부분까지 뜯어보느라 고심하는 매 순간 “갈 길이 참 멀다”는 걸 실감한다.

최근 종영한 MBC ‘더 게임:0시를 향하여’(더 게임)는 특히 그랬다.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던 과거와 달리 카리스마 넘치는 변호사이자 주인공 옥택연의 조력자인 이연화 역을 연기한 그를 20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류혜린은 “나조차 낯설어서 기대도, 걱정도 참 많았던 작품”이라며 웃었다.

“그동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내게 이연화 역 제안이 온 것은 의아했다. 장준호 감독님은 그런 내게 ‘혜린씨 마음대로 하셔도 좋다’며 맡겨주셨다. 자유롭게 연기하면 됐는데 오히려 그게 어렵더라. 순간마다 한계를 느꼈다.”

현장을 마치면 매일 같이 “생각을 덜 했어야 했나”와 “더 생각했어야 했나”를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만큼 ‘배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연기는 나를 향한 선입견이나 고정된 이미지를 한 꺼풀 벗기는 작업”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그에게 연기는 시작부터 “새로운 나를 만드는 발판”이었다.

16살 무렵 푹 빠진 만화 ‘유리가면’으로 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반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것에도 긴장하는” 내성적인 소녀는 “소심한데도 연기를 할 때면 모든 걸 다 바쳐 빠져드는 만화 주인공”에 금세 빠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더니 연극부가 있더라. 운명처럼 ‘나 저거 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날 곧바로 지원서 내고 들어가 수업보다 방과 후 활동에 더 매진하는 ‘열정 연극인’이 됐다.(웃음) 그때만 해도 내가 배우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미대를 준비하고 있어서 무대미술을 하겠거니 했다.”

배우 류혜린.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그러다 2학년 때 한 지방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널 발견한 것이 행복”이라는 시상자의 말이 연기를 해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곧바로 연기로 희망 전공을 바꾸고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8년 서울로 올라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면서 오디션 정보를 많이 몰라 물 먹기 일쑤였다. 당시 일기장에는 온통 ‘왜 안 되는 걸까’ ‘하고 싶은데’라는 구절로 채워져 있다. 종종 그걸 보면서 간절함을 되새기곤 한다. 지금도 사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내가 신기할 때도 많다.”

행운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09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연극 ‘도살장의 시간’에 서자 찾는 곳이 많아졌다. 2011년 영화 ‘써니’에서 심은경의 ‘욕 배틀’ 상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tvN ‘일리있는 사랑’(2015), MBC ‘W’(2016), KBS 2TV ‘김과장’(2017), KBS 2TV ‘라디오 로맨스’(2018) 등 안방극장의 ‘감초’로 시청자를 만났다. 작년 ‘응, 잘가’와 4월21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여는 ‘1인용 식탁’ 등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사실 아직도 자기 전 눈을 감고는 ‘더 잘하고 싶은데’라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웃음) 스스로에게 언제나 엄격한 편이다. 그럼에도 그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지켜왔고 버텨왔다는 것만은 칭찬해주고 싶다. 무대에 쑥 빨려 들어가는 순간 가장 솔직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게 나를 버티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는 연기에 목마르다. 그래서 “아직까진 결혼보단 일”이라며 웃는다. 대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는 다양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탱고도 추러 가고, 운동도 한다. “아무 것도 없다 물감을 덮으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연기와 비슷”한 그림 그리기도 4년 동안 하고 있다.

영화 ‘엄마의 로맨스’로 활동을 시작해 연기자로서 딱 10년째를 맞았다. 앞으로 10년을 물으니 “카메라 앞에서도 10년 더 서 봐야지”라며 웃는다. 그때의 자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인상적이다.

“10년 뒤의 류혜린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져 있기를. 하지만 많이 달라져있지 않기를.”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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