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공분 속 여성연예인 디지털 성범죄 노출 피해 심각

입력 2020-03-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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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딥트레이스

‘딥페이크’ 피해자 25%가 한국 여성연예인
“디지털 성범죄 강력 처벌” SNS 빠른 확산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의 비밀대화방을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여성 연예인들도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큰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난해 통계 자료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 연구업체인 딥트레이스는 지난해 9월 ‘딥페이크(deepfake)’ 영상 관련 연구보고서를 냈다. ‘딥페이크’는 성인물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꿔 넣어 합성해 만드는 것을 말하며, 신종 디지털 성범죄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인터넷 사이트 5곳에서 유통된 관련 영상 1만4798개 가운데 96%가 음란물이고, 그로 인한 피해 여성 25%가 한국 연예인들이었다. 피해자 중 41%를 차지한 미국 배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딥트레이스는 한국 여성 연예인 피해자가 “대부분 케이팝 가수(K-pop singers)”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유통 사이트나 연예인 이름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맹목적 혐오의 시선과 성희롱 등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고 연예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관계자는 24일 “온라인에는 여성 연예인의 신체 일부와 이를 부각하는 사진과 영상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기자 하연수를 비롯해 손수현, 혜리, 정려원, 신소율, 백예린, 소진 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잇따라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이미 이와 관련해 300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지지하는 등 분노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관련 법제 정비가 더욱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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