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도 4안타, ‘일진일퇴’ 한화 좌익수 경쟁

입력 2020-03-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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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진호(왼쪽)-장진혁.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진호가 신들린 듯 4안타를 몰아쳤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외야 한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역력한 맹타였다.

한화는 2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귀국 후 4번째 청백전을 치렀다. 청팀 3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한 정진호가 4타수 4안타 2득점으로 가장 돋보였다. 정진호의 만점활약 덕분에 청팀이 7회말 2사까지 진행된 경기(백팀 5번째 투수 정우람의 투구수가 26개로 불어나자 그대로 종료)에서 9-2로 이겼다.

이틀 전 국내 3번째 평가전에서 5타수 4안타(2루타 1개) 1타점을 올린 포지션 경쟁자 장진혁에 뒤질세라 첫 타석부터 거침없이 배트를 돌린 정진호는 상대한 4명의 투수에게서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1회에는 좌완 이현호에게서 좌전안타, 3회에는 우완 윤대경에게서 중전안타, 5회에는 좌완 김범수에게서 중전안타, 7회에는 좌완 정우람에게서 중월 2루타를 차례로 빼앗았다. 반면 장진혁은 이날 하루는 쉬어가는 날로 정한 듯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화 외야는 지난해 회전문과도 같았다. 내야수 정근우(현 LG 트윈스)의 중견수 기용에 반발한 이용규가 시범경기 도중 항명사태로 전열을 이탈한 여파였다. 우익수 전문이던 외국인선수 제라드 호잉이 중견수, 지명타자와 1루수를 번갈아 맡던 이성열이 우익수로 나서는 빈도가 잦아졌다(정근우가 중견수로 출전하면 호잉은 우익수로 돌아갔다). 남은 한 자리인 좌익수로는 장진혁을 비롯해 김민하, 양성우, 유장혁, 최진행 등 각기 장단점이 뚜렷한 여러 선수들이 두루두루 기용됐다.

이용규가 복귀한 올 시즌 사정은 전혀 다르다. 가장 안정적 구도인 ‘중견수 이용규-우익수 호잉’ 카드가 일찌감치 확정된 가운데 좌익수 자리에선 경쟁자가 더 늘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옮겨온 정진호,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뒤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문호가 추가됐다. 또 ‘리틀 이용규’로 통하는 이동훈이 부상을 털어내고 경쟁에 가세했다. 저마다 사연이 가득한 외야수들이 좌익수 한 자리를 놓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불꽃 튀는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진호-장진혁의 2파전 양상이다. 특히 장진혁은 애리조나 연습경기에서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타율 0.423(26타수 11안타), 장타율 0.692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반면 정진호는 타율 0.233(30타수 7안타), 장타율 0.267에 그쳤다. 그러나 국내로 돌아온 뒤 정진호가 분발하고 있다. 3차례 멀티히트를 포함해 매 경기 안타행진이다.

물론 이동훈, 김문호, 유장혁, 최진행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민첩한 발과 주루센스를 지닌 이동훈이 특히 위협적이다. 정진호가 4안타를 기록한 이날 이동훈 또한 3타수 2안타와 더불어 누상에서 끊임없이 투수를 괴롭히는 주루플레이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김문호, 고졸 2년차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장혁, 팀에 절실한 장타력을 지닌 최진행 역시 좌익수 경쟁을 언제든 다시 혼전구도로 밀어넣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에 밀려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터라 한화의 좌익수 경쟁 또한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쉽사리 결말을 내지 못할 수 있다. 일진일퇴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장진혁과 정진호 중에서 주인이 나올지, 아니면 제3의 선수가 재부상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 개막 직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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