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자가 격리 돌입한 외인 15명…4월말 개막, 정말 가능할까

입력 2020-03-29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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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 트윈스

계산기를 두드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만은 분명하다. KBO의 갑작스러운 외국인 선수 자가 격리 조치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구단들이 생겼다.

KBO는 “최근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은 2주간 자가 격리할 것”을 주문했다. 뒤늦게 팀에 합류한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선수가 이에 해당된다. KBO 관계자가 해당 구단 운영팀장에게 26일 야간에 급히 연락을 취했을 만큼 긴급했던 조처였다. 구단들은 이튿날 회의를 거쳐 KBO의 조치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이후 줄줄이 외국인 선수들이 입국한 5개 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LG의 사례가 가장 눈에 띈다. 타일러 윌슨(22일 입국)과 로베르토 라모스(23일 입국)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역조사를 받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시차 적응의 시간을 잠시 가진 뒤 26일 팀 훈련에 참여해 정상적으로 몸만들기에 돌입했지만 이날 오후 KBO의 새 조치가 발효된 것이다. 결국 조기 입국해 검사를 진행한 뒤 하루 훈련 후 2주 자가 격리에 돌입한 셈이다.
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농사는 한 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좌우한다. 물론 ‘2주간 자가 격리 조치에 놓인 외인들이 모두 부진할 것’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지만, 시즌 초반 어느 정도 혼란기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수 전문가’ 이강철 KT 감독은 “야수들은 매일 경기에 출장하기 때문에 한두 경기 적응기를 거치면 컨디션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투수, 특히 선발투수의 경우 흐름이 끊기면 몸을 다시 만들기 쉽지 않다”고 염려했다.

KBO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그나마 낫다. 리그를 파악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지금의 자가격리 기간은 뼈아플 수 있다. 외인을 자가 격리 시킨 5개 구단 중 세 명 모두 ‘구관’인 팀은 한화(워윅 서폴드, 채드 벨, 제러드 호잉)뿐이다. 키움(테일러 모터), 삼성(데이비드 뷰캐넌, 타일러 살라디노), KT(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LG(라모스) 모두 새 외인의 적응력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4월 7일부터 시작되는 구단간 연습경기는 예년의 시범경기 역할을 한다.

물론 유불리를 따질 상황은 아니다. KBO 고위 관계자는 “국가적 비상사태다. 구단의 형평성 문제를 논할 주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 선수 자가 격리에 돌입한 5개 구단 모두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훈련 여부를 떠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4월 말 개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고개를 들고 있다. KBO는 31일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에서 자가 격리 외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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