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들짝 놀란 방송사들…상암동 얼씬도 하지마

입력 2020-04-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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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블채널 올리브 ‘밥블레스유2’의 제작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방송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진제공|올리브

■ 상암도 덮친 코로나 후폭풍

선제 방역·확진자 동선 공개
한명만 감염돼도 제작 초비상
소규모 프로그램들 제작 취소
프리랜서의 30% 불이익 당해

“이제 진짜 내 코앞까지 왔구나 싶죠.”

한 연기자의 매니저가 최근 방송사 사옥이 모여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공연과 개봉을 줄줄이 취소한 가요·영화계와 달리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왔던 방송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3월28일 올리브 ‘밥블레스유2’ 스태프의 확진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 “당분간 출입하지 마라”

최근 휴가차 미국을 방문했던 스태프가 28일 확진자로 판명되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뿐 아니라 MBC ‘구해줘! 홈즈’,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제작진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서울 상암동 KBS 미디어센터 믹싱실 등 제작 시설을 공용으로 써온 탓이다. 다행히 검사 대상자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1명의 확진자가 단숨에 방송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포는 여전히 크다.

각 방송사는 행여 불똥이 튈까 저마다 “선제방역”을 강조하고 나섰다. 접촉자 및 관련자의 코로나19 검사 여부 등을 언론에 발 빠르게 알리고, 경기 파주시가 최근 공개한 ‘밥블레스유2’ 스태프의 동선을 사내 각 부서에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파주시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은 A씨에 대해 “확진자는 물론 방송사도 무책임하다”며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이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장 제작 관계자들도 예민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 스튜디오를 공동으로 쓰는 드라마 제작진은 각각 스태프와 연기자 등에게 “타 드라마 관계자와 절대 접촉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일부 매니지먼트사는 직원들에게 “출연 중이거나 이를 앞둔 경우 외에는 당분간 상암동에 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직원이 감염돼도 소속 연예인들의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대한 조심하라는 의미다”고 밝혔다.


● “프리랜서 30%가 금전적 불이익”

긴장감 속에서 웹드라마 등 방영 기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소규모 프로그램들은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제작을 취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졸지에 일터를 잃은 스태프도 적지 않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1일∼19일 PD, 작가 등 프리랜서 821명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직장 내 괴롭힘 등에 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담아 1일 내놓은 ‘비정규직 방송계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 질문에 답변자 중 30.3%에 달하는 249명이 “무급휴직” “임금삭감” “계약파기”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한 고용 유지 지원 제도도 81.2%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책위는 “직장인 상당수가 적용받고 있는 권리를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예술인 복지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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