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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희애가 복수의 서막을 열었다.
김희애는 지난 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싸늘하게 달라진 눈빛으로 날카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날 김희애는 시어머니의 뻔뻔함에 날선 반응을 보인 지선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휘몰아칠 관계 변화를 암시했다.
선우는 아들의 바람마저 편드는 시어머니에게 “돌아가시면 안돼요. 어머니. 태오(박해준 분)씨가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 봐야죠. 여기 가만히 누워서”라고 쏘아대며 자비 없는 경고를 예고했다.
김희애의 독기 가득한 표정과 직접적인 감정 표출은 지선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인내심의 한계를 알린 그의 선전포고는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폭발 시킨 대목. 김희애는 위협적인 분위기와 말투로 선우가 느끼는 분노를 현실감 있게 이입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 선우는 시어머니의 사망 소식에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뤘지만, 짠한 마음에 들었던 동정심마저 처참히 무너지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빈소까지 찾아온 여다경(한소희 분)과 남편이 애틋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
김희애는 급격한 감정 변주를 겪는 지선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평온한 줄 알았던 부부 사이의 비밀 판도라를 마주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배신감에 휩싸인 슬픔을 절정으로 그려내 소름 돋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이어 환멸이 가득한, 마치 송곳 같이 싸늘한 눈빛으로 차갑고 냉정하게 흑화될 선우의 모습을 암시했다.
웰메이드 드라마란 호평을 이끄는 주역인 김희애의 극적인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김희애는 처절한 감정 연기로, 때로는 분노로 일그러진 눈빛과 표정만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이게 한다.
비참함과 경멸이 뒤섞여 이를 악문 선우가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며 이혼 결심한 가운데, 남편에게 어떤 고통의 세계로 되갚아줄지 호기심을 유발한다.
한편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매일 금토 밤 10시 50분 방송.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