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불의의 사고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가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ESPN, CBS 스포츠 등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4일(한국시간) “브라이언트, 팀 던컨, 케빈 가넷 등이 포함된 9명이 네이스미스 메모리얼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 이름을 올린 50명 중 선정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브라이언트, 던컨, 가넷, 타미카 캐칭(이상 선수), 루디 톰자노비치, 에디 수튼, 바바라 스티븐슨, 킴 뮬키(이상 코치), 패트릭 바우먼(작고·FIBA사무총장) 등 9명이 최종 헌액자로 선정됐다.
● 2000년대 빛낸 브라이언트·던컨·가넷
미국프로농구(NBA)는 1998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흥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침체된 인기에 조던이 은퇴를 번복하고 워싱턴 위저드 소속으로 두 시즌을 소화했지만, 팬들은 ‘시카고 시절’ 조던의 퍼포먼스를 그리워했다. 리그를 대표할 새로운 아이콘이 절실했다.
조던을 닮은 브라이언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1996년 NBA에 입성한 그는 기량을 갈고 닦아 2000~2010년대를 주름잡은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LA 레이커스에서만 20시즌을 뛰면서 5번의 파이널 우승을 경험했고, 한 번의 정규리그 MVP, 두 번의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2006년 1월 23일 토론토 랩터스와의 홈경기에서는 81점(역대 한 경기 최다 2위)을 쏟아 부으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6년 4월 14일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도 60점을 기록하며 ‘코비답게’ 코트를 떠났다.
은퇴 후에도 ‘맘바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농구 지도를 해온 그는 올 1월 27일 딸 지아나와 헬리콥터를 타고 농구장으로 향하던 중 추락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조던을 잇는 세계적인 스포츠 아이콘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했다.
던컨과 가넷은 브라이언트와 함께 2000년대~2010년대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NBA슈퍼스타다. 던컨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만 활약하며 5번의 파이널 우승, 3번의 파이널 MVP를 수상하면서 NBA 역대 최고의 빅맨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무표정한 경기장에서의 모습과 달리 코트 밖에서는 동료들과 잘 어울려 인성 면에서도 존경을 받았다. 현재 그는 샌안토니오의 코치로 있다.
던컨과 커리어 내내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가넷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보스턴 셀틱스, 브루클린 넷츠에서 활약했으며 한 번의 파이널 우승과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 WKBL MVP 캐칭도 명예의 전당 헌액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 명단 중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전설인 타미카 캐칭은 국내 농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캐칭은 2003, 2006, 2007 세 번의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겨울리그에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팀에 세 차례 우승을 안기며 3번 모두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는 등 역대 최고의 선수로 손꼽힌다.
캐칭은 현역시절 WNBA에서 ‘여자 코비’로 불렸다. 등번호도 코비와 같은 24번이었다. 2011 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2012년에는 소속팀 인디애나 피버를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면서 파이널 MVP까지 차지했다. 올WNBA팀, 올디펜시브 팀에 12차례나 이름을 올렸고, 올해의 최우수수비선수상도 5번이나 수상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