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스포츠동아DB
에미상 후보자격…9월 시상식 일낼지 기대도
봉준호 감독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미국 안방을 공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미국에서 ‘집콕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2013년 영화 ‘설국열차’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미국드라마(Snowpiercer)가 5월17일 TNT를 통해 공개된다. 당초 5월31일 첫 방송이던 일정을 2주 앞당겼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미국인 대부분이 (코로나19로)갇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5일 기준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발이 묶였다. 극장들도 문을 닫았고, ‘뮬란’ ‘블랙위도우’ 등 블록버스터 영화도 7월 이후로 개봉을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 ‘설국열차’가 당초 예정보다 빨리 미국 안방에 선보이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더해 봉준호라는 이름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올해 2월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쌓은 팬덤이 ‘설국열차’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버라이어티 등 미국 매체들은 ‘설국열차’를 소개하면서 “오스카 위너 봉준호의 드라마”라는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봉 감독은 2016년 드라마 리메이크가 시작될 때부터 영화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과 프로듀서로 참여해왔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올라탄 기차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설계를 따르면서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딕스가 주연을 맡았고,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한편 ‘설국열차’가 과연 9월 열리는 세계 최대 드라마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도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방송 일정을 앞당김에 따라 에미상 후보 자격 요건을 갖춰 결과가 주목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