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잘 듣겠습니다!] ‘오래된, 하지만 새로운 그 맛’ 웅산의 It’s the man

입력 2020-04-07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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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3월 23일에 발표한 4분 18초짜리 디지털 싱글. 맛있는 노래다.

요즘 트렌드인 뉴트로 스타일이다. 복고의 레트로(Retro)에 새로움(New)를 입힌 것으로 단순히 ‘옛날 게 좋은 것이여’가 아닌, 새 것을 옛 것으로 세련되게 포장해 놓아야 뉴트로의 느낌이 살아난다.

두툼한 킥 드럼에 찰싹 달라붙은 베이스 라인이 시작부터 단단하고 확고하다. 여기에 피아노의 깜찍한 5연타가 토핑처럼 가볍게 얹혀지니 옛 것이 오히려 새롭게 들린다. 요런 게 은근 듣는 맛을 감칠 감칠하게 만들어 준다.

한 남자(the man)에 대한 ‘속절없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곡으로 자미소울과 웅산, 솔플라워의 가사에 자미소울이 곡을 붙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웅산이 이 곡을 ‘속절없고’, ‘견딜 수 없게’ 부르지는 않는다. 화려한 기교와 음색이 능기인 웅산이지만 이 곡만큼은 힘을 빼고 무덤덤하게 불렀다. 노래가 투명해지니 악기들의 색깔이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후렴구인 ‘내 맘을 찢은 I‘m sick of you’부터는 남성 코러스가 개입해 웅산과 병행으로 같은 가사를 노래하는데, 이 털털한 보이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작곡자 자미소울. 어쩐지 (노래실력과는 별개로) 감독의 카메오 출연 같은 깜찍한 재미를 준다고나 할지.

두어 번 돌려 듣다보니 어쩐지 산타나의 ‘Smooth’ 맛도 난다. 당기는 리듬의 반복도 그렇지만 역시 기타다. 웅산의 앨범과 콘서트에 다수 등장하고 있는 재즈기타리스트 찰리 정이 이름처럼 찰진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블루스 느낌도 잘 살리는 기타리스트인데, 라이브의 연주 퍼포먼스도 상당히 개성적이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보아주시길.

예전 어디선가 먹어본 맛인데, 변해버린 내 입맛에도 지금 당장 딱 맞는 음식 같은 곡. ‘속절없고’, ‘견딜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모든 분들과 그 남자(the man)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귀맛’의 노래다.

PS. 웅산은 ‘Beautiful(이 곡의 최다 출연 단어)’을 ‘뷰티플’, ‘뷰리플’이라기보다는 ‘뷰리퍼(뻐)’로 발음한다. 상당히 재미있고, 상쾌하게 들린다. 따라 부르기 주의.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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