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음악프로그램의 생존법

입력 2020-04-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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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음악프로그램 KBS 2TV ‘뮤직뱅크’의 로고 이미지. 사진제공|KBS

■ 시청률 바닥 음악프로그램들이 살아남는 이유

예능PD들이 음악프로 연출 맡아
아이돌 스타 발굴 창구로 이어져
가요계는 ‘신인 노출 찬스’ 얻어
폐지후보 1순위 불구 계속 유지

‘0∼1%대? 그래도 살아남는다고?’

각 지상파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의 시청률 얘기다. 대표적인 음악프로그램인 MBC ‘쇼! 음악중심’은 1%대(이하 닐슨코리아) 시청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고, KBS 2TV ‘뮤직뱅크’와 SBS ‘인기가요’는 0%대에 머문 지 오래다. 사실 음악프로그램들이 놓인 이 같은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송사가 계속 품고 가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 “아이돌 섭외 창구”

1990년대 KBS 2TV ‘가요톱텐’ 등 이들의 전신 프로그램들은 15% 이상 시청률을 찍었다. 하지만 이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음악프로그램들은 초라한 시청률 성적만으로 폐지 후보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한 까닭이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위한 섭외”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현직 연출자들은 입 모아 말한다.

현재 음악프로그램 연출은 예능프로그램 PD들이 맡는다. 자연스럽게 아이돌 그룹 멤버나 가수들의 예능프로그램 섭외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 PD는 7일 “여전히 방송가에는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에 아이돌을 섭외하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며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을 통해 끼 많은 아이돌 스타를 추천받아 출연 섭외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 “방송사와 가요계 상생의 무대”

음악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 출연의 유일한 기회인 신인들을 무대에 올리거나, 이를 매개로 같은 소속사 선배급 그룹 멤버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권’을 약속 받는 일도 심심찮게 생겨난다. 최근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한 한 PD는 “요즘 거대 기획사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홍보 채널이 있어 과거만큼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방송사의 섭외력이 점차 약화하는 추세”라며 “음악프로그램은 섭외력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담보’로 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막 입사한 신입 PD들을 무조건 음악프로그램에 내세우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가수 관계자들과 얼굴을 트고 섭외 능력을 키우라는 뜻”이다.

해외로 뻗어가는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를 방송사 유튜브 계정으로 내보내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를 통해 일정한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유지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10·20세대 시청자의 관심을 끌 “이미지 제고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음악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신인을 노출시켜야 하는 가요계와 방송사들에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무대가 되는 셈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가요계와 상생을 위해서라도 각 방송사가 음악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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