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은 2월 26일 흑백판을 상영하려고 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봉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기생충’이 개봉한지 1년이 지났고 5월부터는 IPTV, VOD 서비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특별 상영’의 의미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결정했다.
‘기생충’의 배급사인 CJ ENM은 코로나19로 인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특별상영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아직 몇 개 관에서 상영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기생충’ 흑백판은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으나 색이 사라지며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흑백판에 대해 “해외에서 이미 보신 관객이 ‘흑백으로 보니 더 냄새나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려 한다”라며 “나 역시 이 영화를 두 번 정도 봤다. 보시는 분 마다 느낌이 다르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입견을 가지길 않길 바라는 마음에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지만 알록달록한 색이 사라지니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빛에서 더 섬세함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이다. 여러 느낌이 있지만 이것을 나열하는 것보다 보시면서 느끼시는게 더 낫다”라고 덧붙였다.
‘기생충’ 흑백판 특별 상영 소식이 들려오자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극장이 한 줄기의 희망을 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있다. 주중 1만명대의 관객이라는 역대 최저치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아카데미 4관왕을 품고 나타난 ‘기생충’ 흑백판으로 관객들을 모을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상을 수상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