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동량. 스포츠동아DB

LG 김동량. 스포츠동아DB


프로농구는 매년 5월이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기간이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인 동시에 각 팀에게도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모든 팀이 특급 FA 영입에 많은 돈을 쓸 수는 없다. 팀 사정이 좋지 못하거나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는 팀들은 특급 선수 영입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 경우, 특급 FA들에 비해 몸값이 낮은 준척급 FA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준척급 FA는 팀의 에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활용도에 따라 투자한 금액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김종규(29·원주 DB)를 잃은 창원 LG는 준척급 FA인 김동량(33·198㎝·연봉 2억1000만 원), 정희재(31·195㎝·연봉2억4500만 원)를 영입해 선수 층을 탄탄하게 했다. LG는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 16승26패로 9위에 그쳤지만 김동량, 정희재 영입만큼은 성공적이었다. 김동량은 33경기에 출전해 평균 7.7점·5.0리바운드, 정희재는 42경기에 나서 평균 6.2점·2.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LG는 5억 원이 안 되는 돈으로 경기당 6점 이상을 꾸준히 올려주고 궂은 일을 할 수 있는 검증된 자원을 얻은 셈이다.

실패 사례도 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최현민(31·195㎝)은 보수총액 4억 원, 김상규(31·201㎝)는 4억2000만 원에 각각 전주 KCC, 울산 현대모비스와 계약하면서 ‘FA 대박’의 꿈을 이뤘다. 4억 원은 어지간한 베테랑 주전선수의 연봉이다. 그러나 활약상은 미비했다.

최현민은 23경기에서 평균 7분44초를 뛰며 2.1점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출전 기회 자체가 적었다. 김상규는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얻었으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출전시간이 줄었다. 37경기에서 평균 3.1점에 머물렀다. 준척급 FA 영입에 거액의 돈을 투자할 경우,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