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찾아’ 한눈에 보는 서강준의 지난 상처+변화 넷

입력 2020-04-08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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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찾아’ 한눈에 보는 서강준의 지난 상처+변화 넷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극본 한가람, 연출 한지승 장지연, 이하 ‘날찾아’)의 임은섭(서강준)은 겉보기와는 달리 내면의 어둠이 많다. 누구보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행복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목해원(박민영)을 향한 마음은 그 두려움마저도 넘어서버렸다. 이에 제작진은 그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마음에 오래 자리한 상처와 변화들을 짚었다.


#. 찬란했던 아버지와의 오두막집

은섭에게 산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였다. 그는 본래 부랑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속을 누비던 아이였기 때문. 남들과는 조금 달랐던 삶의 방식에 누군가는 뒤에서 수군거렸을지는 몰라도 아버지와 함께했던 찬란한 시간들은 산 곳곳에 스며들어있었다.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에는 그들의 생동한 숨결이 깃들어 있었고, 찰랑거리는 계곡물에는 행복한 두 사람의 얼굴이 비쳐 담겨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후, 그의 일상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두막집에 밝게 내려앉았던 햇빛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춰버렸다. 가장 행복했던 오두막은 그렇게 가장 외롭고 슬픈 공간으로 변해 버렸고, 은섭은 매일을 아버지의 흔적 안에서 살고 있었다.


#. 따뜻해서 무서웠던 북현리

아버지마저 떠난 오두막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를 홀로 기다리던 어린 은섭은 그날 온 우주의 외로움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은섭에게 다가온 건 한없이 따뜻한 종필(강신일)과 여정(남기애)이었다. 그들의 다정한 미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섭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행복이 떠나가면 남은 건 불행뿐인데, 자신의 눈앞에 있는 봄의 햇살처럼 따사로운 두 사람은 누가 봐도 행복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워졌다. 그는 그날의 끔찍했던 상처를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또 이 행복에 발을 들이면, 이마저도 사라져버리고 난 후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 사라진 3년의 시간

따뜻하고 다정했던 모든 것들이 불안했던 은섭은 너무나도 따뜻한 종필, 여정에게 “어머니, 아버지”라고 깍듯이 부르며 그들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섭의 집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가 열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진호야”라고 애달프게 부르던 그녀는 은섭의 친모였고, 병에 걸려 많이 아프니 자신을 보러와 달라며 애원했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마음에 오래도록 담고 산 은섭은 그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하여 언제나 그리웠던 친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3년간 북현리에서 그를 볼 수 없었던 이유였다.


#. ‘아이린’을 기다리는 마지막 겨울

오두막에서 행복을 잃은 은섭은 원하는 거 없이, 바라는 거 하나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은섭의 그녀, ‘아이린’(해원)을 향한 짝사랑도 항상 열 걸음 뒤에서 했다. 언제나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고, 그녀가 북현리로 내려오는 겨울만을 기다렸다. 그리곤 창밖으로 얼핏 보이는 그녀의 모습으로 남은 세 계절을 살아갔다. 그런 그에게 겨울이 선물이라도 준 것일까. 올 겨울은 뒤에서 지켜만 봐온 여타의 날들과는 달랐다. 항상 앞에만 있던 해원은 어느 샌가 옆으로 다가와 자신과 발을 맞춰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버지가 떠난 이후로 텅 빈 그의 마음속 오두막집엔 밝은 햇살이 드리우고, 봄의 기운이 드리우더니, 마침내 해원이 들어섰다. 이로써 올 겨울은 아이린을 기다리는 마지막 겨울이 됐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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