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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우리는 많은 걸 잃고 있다. 그 중 스포츠의 실종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선수와 관중의 안전이 위협 받으면서 대부분의 지구촌 스포츠가 멈춰 섰다. 주요 리그가 중단 또는 취소됐고,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국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개막도 못한 채 앓고 있다.
K리그는 2월29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연기됐다. 4월 중 개막이 점쳐졌지만 코로나19의 기승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루하루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여건이 되면 곧바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마련해야한다.
가닥이 잡힌 건 일정 축소다. K리그는 대표자회의를 통해 기존의 라운드를 줄인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K리그1, 2 모두 27라운드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개막 시점이다. 개막 일정이 잡혀야 라운드 규모도 정해진다. 코로나19 확진자수의 추세나 초·중·고교의 등교 시점, 방역 당국의 방침 등을 고려해야 판단이 선다. 더구나 K리그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FA컵 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고민해야할 건 시즌 개막과 관련된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꽉 들어찬 관중의 함성 속에서 시즌을 여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누구나 바라는 바다. 개막 날짜가 미뤄지고 경기수가 줄어들지언정 선수나 관중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확실하다. 최상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이 전제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종식의 그날은 예측불허다. 여름이 될지 가을이 될지, 아니면 연말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종식까지는 아니지만 진정세를 보이면 철저한 방역 속에 관중과 함께 개막할 수 있다. 입장수입이나 스폰서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 이때는 무증상 감염을 막기 위해 관중 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관중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스포츠에서 관중을 허용하면 다른 영역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무관중 카드도 있다. 이는 그동안 멀리했던 게 사실이다. 관중과 함께 한다는 게 큰 원칙이었다. 하지만 선수 안전이 담보된다면 검토해볼만하다. 경제적인 손실은 있겠지만 축구 자체를 바라는 선수나 팬들에겐 결코 나쁘지 않은 방안이다. 물론 방역 당국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역사회 감염 양상이 하루 30명 또는 50명 정도에서 5일 이상 지속될 때 무관중으로 개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국의 통제가 확실하게 이뤄지는 시점에선 가능하다는 의미다. 프로야구도 개막 초기 무관중 경기를 할 예정인데, 프로축구는 선수 간 격렬한 몸싸움이 동반되는 종목 특성상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K리그의 고민이 깊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선수와 관중, 그리고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