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보류 결정, 코로나19가 영화계에 끼친 파장 (종합)

입력 2020-04-0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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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관객수도 줄어들어 극장산업도 어려워지고 이젠 한 영화가 법적분쟁까지 휘말리며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미지수가 됐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호평 받고 국내 역시 기대감으로 차 있던 영화 ‘시간의 사냥’(감독 윤성현)이 공개도 되기 전에 지속되는 논란 속에 신음하고 있다.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해외 세일즈를 맡았던 ‘콘텐츠판다’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상영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에서는 상영에 문제될 것이 없다. 단지 콘텐츠판다가 앞서 판매한 해외국가에 한해서 상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 세계에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결국 ‘사냥의 시간’ 상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9일 넷플릭스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사냥의 시간’의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사냥의 시간’을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추후 소식 전해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누구 탓을 하기 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안타까운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며 개봉을 무기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극장 개봉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사냥의 시간’의 순 제작비는 90억원에, P&A 비용은 25억원인데 현 상황에 극장 개봉을 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나중을 기약하자니 추가로 P&A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이 역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게 됐다. 회사 재정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결국 넷플릭스에 손을 내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은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판다’에게는 있어서 안 될 이유였다.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을 2월 20일 개막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 받는데 큰 기여를 했고 이미 30여개국에 작품을 선판매했고 70개국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만약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이 공개가 되면 이미 선판매를 한 국가의 극장에서도 ‘사냥의 시간’을 상영할 수밖에 없게 돼버린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가 갑자기 우리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 리틀빅픽쳐스와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이중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며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한 당사를 포함해 합법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국내 해외세일즈 회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입장을 전달하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틀빅픽쳐스는 “이중계약을 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실이며 법률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해지했고 계약해지와 관련해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 계약해지를 요청한 것이다. 전 세계의 극장이 문을 닫고 있는 이 상황 가운데 우리 역시 개봉을 미루면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고 회사 존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또 해외 세일즈 금액이 미비하지만 콘텐츠판다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로열티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콘텐츠판다가 합의를 거절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 제작사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은 효력이 없다”라며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로 상영하면 안 된다”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만약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이를 어길시, 간접강제가 발동돼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당분간 ‘사냥의 시간’은 관객들 앞에 설 수 없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회사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과정이 ‘작품’을 빛나게 하기 위한 서로의 결정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냥의 시간’이 흙탕물만 묻은 채 묻히게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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