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결정한 흥국생명 김해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입력 2020-04-10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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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해란.

흥국생명 김해란.

흥국생명의 김해란이 은퇴한다. 36세의 나이지만 여전히 정상의 기량이고 배구열정도 뜨겁지만 여자로서 제2의 인생과 출산을 위해 아쉽지만 마음을 결정했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했던 그는 시즌 뒤 휴가기간 동안 고민한 끝에 은퇴결심을 구단에 알렸다.

V리그 출범 전인 2002년 한국 도로공사에서 데뷔한 김해란은 프로무대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 리베로 활약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4~2015시즌 KGC인삼공사를 거쳐 2017~2018시즌 흥국생명으로 이적했고 2018~2019시즌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기록의 여왕’ 김해란은 2005~2006시즌부터 무려 9시즌 동안 디그 1위 자리를 지켰다. 은퇴까지 V리그 16시즌 동안 8041개의 리시브를 받아서 4609개를 정확하게 세트의 머리 위로 올렸고 9819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통산수비 1만4428개를 기록한 김해란은 사상 첫 1만5000수비에 572개를 남겨두고서 유니폼을 벗었다.



- 은퇴를 결정했다. 소감은.

“사실 작년부터 은퇴를 생각해왔다. 1년만 더 하자고 했는데 시즌이 중단되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시즌이라 많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이 여기까지였다. 남편의 이해도 여기까지였다. 시즌이 중단됐을 때 박미희 감독님에게 ‘이제는 그만 해야겠다’고 미리 말씀 드렸다.”

-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8월 도쿄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 올림픽이 열렸다면 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미뤄져서 ‘이 것은 내 복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내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다.”


- 기량은 여전하고 아직도 배구에 열정은 있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출산이다. 아내로서 제2의 인생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가능하다면 내년 3~4월에 출산을 하고 나서 다음을 생각하려고 한다.”


- 코로나19 탓에 오랜 선수생활의 마무리가 너무 허무하게 됐다.

“시즌이 종기에 종료되면서 ‘이렇게 내 배구인생이 끝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봄 배구도 못하고 이상하게 끝냈지만 이것도 내 복이라고 받아들이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 성인배구 선수생활 16년이다. 되돌아본다면.

“어릴 때는 그냥 열심히 했다. 별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는 기량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이 먹으니까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다.”

- 다른 선수보다 많이 구르고 다이빙을 해야 하는 리베로는 아픔을 달고 살아야 하는데.

“수술도 했고 아프기는 한데 그래도 팀에서 관리를 잘 해주셔서 마지막에 편하게 운동했다. 내 몸 관리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그동안 도로공사~KGC인삼공사~흥국생명을 거쳤다. 생각나는 것이 많을 것 같다.

“도로공사는 처음 성인 배구선수 생활을 시작한 팀이다. 가장 오래 있었고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사실 도로공사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인삼공사로 트레이드 됐다. 처음 인삼공사에 갔을 때는 언젠가는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인삼공사는 내가 아팠을 때 이적을 했는데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주장도 맡아서 덕분에 공부도 많이 했다. ‘리더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인삼공사 선수들은 가장 착했고 잘 따라줬다.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팀이다. 흥국생명은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팀이다. 우승할 것으로 보고 선택했는데 입단 첫해는 성적도 좋지 못해서 힘들었다. 이런 저런 후배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런 면에서 또 공부가 됐던 팀이다. 후배들이 잘 따라줘서 처음으로 우승반지도 받았다. 선수생활 마지막이 좋았고 행복했던 팀이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팀이다. 그동안 지도해주신 많은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 은퇴를 결정하고 난 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벌써 5년째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아직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친정어머니는 그동안 계속 ‘네가 아픈 것을 더 이상은 못 보겠다. 제발 그만하면 안 되냐”고 하셨는데 막상 은퇴한다고 하자 “잘 했다고 하시면서 울었다. 남편도 이제는 내려놓자고 했다.”

- 팬들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다. 팬이 없었더라면 그동안 힘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힘을 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도 휴가기간에 집으로 선물을 보내주시는데 감사드린다. 그래서 더욱 그만둔다고 말씀드릴 수 없었다. 서운하시겠지만 이제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후배들도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잘 견디면 언젠가는 좋은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앞으로 팬들이 김해란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

“국가대표 리베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로 남았으면 한다.”

- 선수생활을 오래하면서 돈을 많이 모았는지.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집 땅은 가지고 있다. 재테크를 잘 하는 남편을 만나서 허투루 쓰지 는 않았다. 사실 결혼 전까지는 돈 모으는 것을 몰랐는데 다행히 남편이 도와줬다.”

한편 흥국생명은 “아쉽지만 김해란 선수의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도 김해란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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