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서치 아웃’ 첫 주연 허가윤…“해결의 문 여는 해커 역, 카타르시스 최고!”

입력 2020-04-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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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포미닛 출신의 연기자 허가윤이 영화 ‘서치 아웃’을 통해 주연 신고식을 치른다. 연기자로서는 “아직 신인”이지만,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 15일 개봉 ‘서치 아웃’ 첫 주연 맡은 포미닛 출신 허가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무대가 짜여진 연기라면, 드라마나 영화에선 현실적인 연기를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허가윤(30)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연기자라는 새로운 직업에 갖는 기대를 밝혔다. 여전히 걸그룹 포미닛의 멤버로 유명하고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도 갖고 있지만 연기를 통해서도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15일 개봉하는 첫 번째 주연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제작 디엔와이)은 그의 포부가 깃든 작품이다.

원래 연기자 꿈 컸지만…
메인보컬이라 그땐 말렸죠
노래하는 것도 일종의 연기
연기로 사람가 소통 행복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허가윤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가 거의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나오는 작품이다. 대면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의식해서인지 이날 테이블 위에는 투명한 위생가림막이 설치됐고, 체온 체크와 마스크 착용까지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별한 시기에 첫 주연영화를 내놓은 허가윤은 “연기자로는 아직 신인일 뿐”이라며 “이번 영화 속 제 모습에 아쉬움은 남지만 경험을 쌓고 배우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포미닛 메인 보컬에서 연기자 되기까지

허가윤은 2009년 5인조 포미닛으로 데뷔해 국내외를 넘나드는 한류 아이돌로 인기를 얻었다. 팀의 메인 보컬로 활약하면서 가창력도 인정받았다. 10대 때 가요기획사 연습생으로 출발, 20대 중반까지 무대를 누볐지만 바쁜 와중에도 그는 연기에 관심을 뒀다고 했다. 그룹 멤버 가운데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가수는 4분 남짓한 시간동안 무대에서 최고의 감정을 보여주지만 그게 본인의 진짜 모습은 아니잖아요. 무대는 콘셉트가 확실한 연기에요. 무대가 아닌 드라마나 영화에서 저도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소속사에서 말렸어요. 메인 보컬인 제가 빠지면 팀이 공연이나 무대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저를 설득했어요.”

포미닛 활동이 줄어들면서 허가윤은 미뤘던 꿈을 실천하기로 했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영화 ‘아빠는 딸’로 경험을 쌓았고 송강호와 호흡한 ‘마약왕’으로도 무대를 넓혔다. 아이돌 스타라는 유명세는 그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포미닛이었다”는 설명을 굳이 밝히지 않으면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에서 누구도 그를 ‘아이돌 출신’으로 보지 않았다.

“가수일 때는 짜여진 대로 반복하면 됐어요. 제가 오르는 나라가 바뀌고, 무대가 다를 뿐이었죠. 연기는 한 작품을 하더라도 매번 다른 장면, 다른 공간을 체험하잖아요. 가수 할 땐 너무 바빠서 차에서 정신없이 자다가도 내려서 바로 무대에 올라갔지만 연기할 때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연기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인 것 같아요.”

영화 ‘서치 아웃’ 스틸사진.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 “해커 역할 소화, 카타르시스”

허가윤의 첫 주연영화인 ‘서치 아웃’은 SNS 범죄를 다룬 스릴러이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성민(이시언)과 취준생 준혁(김성철)이 같은 고시원에서 살던 한 여성의 자살 사건에 의문을 품고, 해커인 누리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허가윤은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해결의 문을 여는 누리 역을 맡았다. “평소 인터넷뱅킹도 자주 이용하지 않고 굳이 은행 창구를 찾을 만큼 컴퓨터와 익숙하지 않고 겁도 많다”고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성향과 반대인 해커 역할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봤다”고 했다.

“제가 컴퓨터를 잘 다룬다면 누리처럼 용감하게 사건 해결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궁금한 건 못 참는 편이기도 하고요. 하하! 누리는 할 말은 다 하고, 당당한 캐릭터에요. 저와 싱크로율은…, 70% 정도? 저도 할 말은 참지 않는 편이거든요. 컴퓨터 못 하는 거 빼고는 비슷해요.”

영화는 몇 년 전 러시아를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에 퍼진 ‘흰긴수염고래 게임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청소년이 SNS로 참여한 이 게임은 특정한 미션이 주어지면 이를 수행하고 인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게임 관리자가 참여자들을 ‘노예’처럼 다루면서 가학과 폭력, 심지어 자살을 종용하는 주문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소재는 최근 논란인 성착취 영상 공유 ‘n번방’ 사건과도 맞물린다는 반응이다.

허가윤도 이런 반응에 대해 생각하고, 분노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라 더 충격적이고 화가 났다”는 그는 “영화를 찍을 땐 상상도 하지 못한 일, 진짜 일어나면 안 되는 일로만 여겼는데 이젠 영화로만 볼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허가윤도 요즘 ‘집콕’ 생활이라고 한다. 그 여파로 극장에 관객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주연영화를 내놓아야 해 아쉬움이 클 텐데 의외로 담담하다. “당연히 걱정된다”면서도 “개봉한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연기자로서의 내 모습을 보이는 기회이기에 또 의미가 있다”고도 말했다.

● 허가윤

▲ 1990년 5월18일생
▲ 2009년 그룹 포미닛 데뷔
▲ ‘핫이슈’ ‘이름이 뭐예요’ 등 히트곡 발표,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등 한류 K팝 인기 견인
▲ 2015년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출연
▲ 2016년 그룹 해체
▲ 2017년 영화 ‘아빠는 딸’ ‘마약왕’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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