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과 서강준이 서정멜로의 시작과 끝을 완성하며 대체 불가의 저력을 입증했다.
진눈깨비 사랑이 무거운 함박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극본 한가람, 연출 한지승, 장지연, 이하 ‘날찾아’). 그 서정멜로의 중심에는 완전무결한 합으로 멜로의 정수를 보여준 박민영과 서강준이 있었다. 폭넓은 감정의 진동이 만들어내는 흡인력에 그들과 함께 울고 울었던 시간이었다.
‘날찾아’로 로코퀸의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서정성을 덧입은 박민영은 완벽히 캐릭터에 흡수되며 ‘믿(고)보(는)배(우)’의 저력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 박민영이 표현한 감정의 폭은 다양하고도 섬세했다. 슬픔, 상실, 배신, 상처, 안정, 사랑 등 각양각색의 감정을 풍성하게 담아내며 멜로 감성을 차곡차곡 채웠다. 능수능란한 완급조절로 시청자들은 사람에게 상처 받은 해원(박민영)과 서서히 따뜻함을 알아가는 해원의 이야기에 젖어 들어갈 수 있었다.
감성을 건드는 박민영의 눈물 연기는 가슴을 저격했다. 엄마 명주(진희경)가 처음 북현리로 내려왔을 때, 그간 쌓여온 감정을 토로한 해원은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을 표현하다가도, 이내 자존심 때문에 울음을 애써 삼켜냈다. 일순간에 차갑게 식어 버린 모습은 내공 높은 연기력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한 해원은 명주와 명여(문정희)의 진실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배신감에 감정의 둑이 터지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못해 머리를 버스 창문에 찧으며 괴로워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박민영이 곧 장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녀의 진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주며 ‘따스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서강준. 행복해지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행복이 너무 두려운 은섭(서강준)의 복합적인 감정을 100% 이해, 상황에 따른 감정의 절제와 표출로 완급을 조율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날찾아’는 서로에게 스며드는 남녀의 감정선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는 해원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약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 올린 사랑의 감정을 묵직하고도 진중하게 담아내 드라마 역사상 다신 없을 역대급 순정남 캐릭터를 탄생 시켰다.
더욱이 특유의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서강준의 연기는 특별한 대사 없이, 애틋한 눈빛과 표정 그리고 손짓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자자했다. 사랑하는 해원만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빛만 봐도, 힘든 그녀를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는 포근한 손길만 봐도, 행복이 두려워 눈물이 일렁이는 눈동자만 봐도 시청자는 그가 품은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서강준은 차원이 다른 감성의 결로 서정 멜로의 진수를 보여주며 멜로 연기에 방점을 찍었다.
2회의 방송분을 남겨둔 ‘날찾아’ 제15회, 오늘(20일) 월요일 밤 9시30분 JTBC 방송.
사진제공= 에이스팩토리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