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석 달 만에 더 자란 KT 소형준, 루틴의 맛을 알아간다

입력 2020-04-2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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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형준. 스포츠동아DB

이제 막 실전 한 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다. ‘괴물 신인’이라는 기대를 현실로 증명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더미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인이다. 아직 배가 고픈 소형준(19·KT 위즈)의 시선은 당장의 성적보다 ‘성장’에 맞춰져있다.

소형준은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2볼넷 1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하며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를 땅볼로 만들어냈다. 6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4개의 병살타 유도를 앞세워 별다른 위기 없이 퀄리티스타트(QS)를 작성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한 경기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병살타 유도와 볼넷 이후 위기관리 등 신인답지 않은 운영능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소형준에게 만족은 없었다. 4개의 병살타 유도에도 “잘 맞은 타구였는데 운이 좋게 야수 정면으로 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발군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질문에도 “고개를 한 번도 가로젓지 않았다. (장)성우 형의 리드대로 던졌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지금까지 어느새 3개월간 1군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 사이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이다. 소형준은 “바깥쪽 속구 제구가 예전보다 안정됐다”고 밝혔다. 21일 한화를 상대로도 성과를 거둔 코스가 바로 바깥쪽이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결정구를 장착해야 한다.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있는데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루틴’의 중요성도 깨닫고 있다. 이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소형준에게 5선발 자리를 맡겼다. 4~5일 휴식 후 등판하는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 소형준 역시 “등판 후 컨디션 관리와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배)제성이 형을 어깨 너머로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배제성은 “(소)형준이가 나보다 더 잘 던지는데 뭘 가르치겠나”라고 겸손해한 뒤 “형준이에게 특별히 뭔가를 가르친 적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등판 하루 뒤, 이틀 뒤, 사흘 뒤마다 다른 훈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소화한다. 형준이가 이 루틴을 참고한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소형준은 “선발로 시즌을 치른다면 힘이 떨어질 때도 있을 텐데, 그것도 경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 역시 “형준이는 프로 첫 시즌이다. 인위적인 휴식을 주지는 않겠지만 힘에 부치면 관리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식 경기를 치르지도 않았지만 그 사이 성장했다. 소형준이 괴물로 불리는 건 지금 당장의 구위보다 성장에 대한 욕심, 그리고 노력 때문일지 모른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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