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베이스볼] 랜선 미디어데이에서 드러난 감독들의 속내와 시즌의 방향성

입력 2020-05-03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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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영 감독. 사진|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한 개막전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요즘 새로운 기준(뉴 노멀)이라는 말이 유행이 됐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전 세계 야구계에 새로운 기준을 많이 보여준 KBO리그와 대한민국의 빼어난 방역역량이 만든 좋은 이벤트였다. 오랫동안 야구갈증을 느껴온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통상 이런 미디어용 행사에서는 누구도 속 깊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번드르르 한 거짓말만 해서도 곤란하다. 뒤늦게 진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되기에 최대한 에둘러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가끔씩 본심은 튀어나온다. 이것을 잘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3일 감독들의 대화 가운데 흥미로운 키워드가 많았다. 각 팀이 추구하려는 방향과 중점적으로 해왔던 훈련, 무엇보다 중요한 감독들의 성격과 내공이 보였다. 시즌 출사표를 말할 때 가장 귀에 들어온 단어는 KT 이강철 감독의 “당당하고 이타적인 플레이”였다. 단체 플레이지만 개인의 성적도 중요한 프로야구에서 쉽게 들을 수 없었던 표현이었다. 일종의 개인 사업자인 선수들에게 감독이 원하는 야구의 방향성이 보였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방향성과 소통, 작은 변화와 경기 열정”을 말했다.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적이 없어 누구도 감독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발언에서 유추해볼 것은 그동안 삼성이 해왔던 야구에서 어떤 조그만 변화를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열정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변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선수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10명의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팬을 언급했다. “동반자 팬과 함께 가슴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야구인지 설명하지 않아 애매모호했지만 시즌 뒤 가슴 뛰는 야구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키움 손혁 감독은 “강한 것을 더 강하게”라고 말했다. 초보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약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칭찬하고 더 살려서 각자 선수들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보였다.

미디어행사에서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팀은 롯데였다. 허문회 감독은 다른 팀처럼 개막전 선발투수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내정했던 선수가 탈이 났고 또 한명의 외국인선수 샘슨은 출산휴가를 받아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아직은 누구를 내세울지 모르는 상황이 짐작됐다. 그는 “감독으로서의 내 색깔은 1년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했다.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감독의 역할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처음 완장을 차면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주무르고 싶지만 선수들은 내 마음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감독이 원하는 야구와 색깔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플레이로 보여주고 승리로 성공시켜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시즌 막판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SK 염경엽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새로운 시즌의 목표로 삼는 듯 했다. 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훈련을 해왔는지가 궁금했는데 힌트가 있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타격 포인트가 이전보다 조금 앞으로 갔다”고 했다. 공인구의 변화로 지난 시즌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SK에게 단 몇 센티미터 차이인 타격 포인트의 변화가 얼마나 큰 성공을 안겨줄지 흥미롭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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