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 반짝? 롯데의 황금기는 언제나 봄데에서 시작됐다

입력 2020-05-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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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2020시즌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펼쳐진 팀간 연습경기에서 5승1패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호성적을 거뒀을 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적이 많다. 지난달 27일 연습경기 대구 삼성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린 안치홍(오른쪽)이 이대호(가운데)와 손아섭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봄데(봄+롯데 자이언츠)는 뉴욕 양키스가 와도 당해내지 못한다.’

암흑기 롯데를 상징하는 수많은 문장 가운데 하나다. 시범경기 때 파죽지세를 보이며 ‘올해도 다르다’고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뚜껑을 열자 고꾸라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를 대신해 치러진 여섯 차례 팀간 연습경기에서 롯데가 5승1패로 1위에 오르자 봄데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편견이다. 롯데의 황금기는 대부분 봄데에서 시작됐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롯데는 시범경기부터 고삐를 당겼다. 2008년 3위(7승5패)를 시작으로 2009~2011년에는 3연속시즌 1위에 올랐다. 반대로 암흑기 때 롯데는 시범경기에서도 약했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의 순위를 기록하며 7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당시 시범경기 꼴찌만 세 차례였고, 1위에 오른 건 2005년뿐이다.

물론 연습경기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당장 시범경기만 봐도 정규시즌 성적과 큰 상관관계는 없다. 여기에 올해 연습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근거리 팀들끼리만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상위 6개 팀 중 5개 팀이 수도권에 몰려있음을 감안하면 롯데의 지금 성적을 두고 정규시즌 도약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억지로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현장 지도자들은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팀”이라며 롯데를 경계대상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음에도 롯데를 다크호스로 분류하는 이유다. 겨우내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을 필두로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고 그 결과가 연습경기 성적에서 나왔다.

막강한 타선이 만든 결과라 더욱 반갑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을 영입하며 타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민병헌~전준우~손아섭~이대호의 기존 타선에 안치홍이 가세하며 ‘국가대표급 라인업’이 갖춰졌다. 이들은 팀 타율 0.324(1위)를 합작해냈다. 여기에 딕슨 마차도의 수비가 리그 정상급임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십수년간 롯데의 발목을 잡아왔던 수비가 센터라인 강화로 해결된다면 그 자체로 플러스 요소다.

마운드도 무시할 수 없다. 팀 평균자책점(3.17·최저 1위)이 좋았음은 물론, ‘새 클로저’ 김원중도 3경기에서 실점 없이 2세이브를 따냈다. 무엇보다 박세웅, 서준원 등 젊은 투수의 활약으로 만든 결과라 더욱 반갑다. 여기에 지성준의 가세로 포수진에 ‘메기 효과’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정보근, 김준태의 성장이 더해지며 지난해 최대 약점이던 안방도 어느 정도 메웠다는 평가다.

롯데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보고 있다. 하지만 2020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꼬이며 모두에게 기회가 열렸다. 연습경기에서 파괴력을 보인 롯데를 단순히 봄데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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