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라이선스도 힘든데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라니…체육회의 아쉬운 탁상행정

입력 2020-05-0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체육회는 최근 국가 공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지닌 지도자만 국가대표팀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대표 선발·운영 규정’ 개정 계획을 알렸다. 이달 중 스포츠공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적용 대상은 동·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AG) 등 각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와 체육회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대한민국 선수단으로 참가할 대표팀 지도자로, 적용 시기는 2023년부터다.

2017년 1월 제정된 체육회의 현행 국가대표 선발규정 15조(강화훈련 참가 지도자 선발 기준) 1항에 따르면 강화훈련에 나설 지도자는 2급 이상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고 감독은 5년 이상, 코치는 2년 이상의 해당 종목 지도경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축구와 야구에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부분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시험을 주관하는 스포츠지도사는 1·2급으로 구분되는데 양대 프로스포츠를 보유한 두 종목은 그동안 국내 자격증에 구애받지 않았다.

특히 축구는 국내보다 훨씬 엄격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고, K리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라이선스 소지자들만 벤치에 앉을 수 있다. 이 라이선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한을 위임받은 각 대륙 축구연맹이 주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야 발급되고,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그 과정이 복잡해진다.

더욱이 축구 종목의 올림픽과 AG는 A대표팀이 아닌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나서는 무대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국가대표 관리를 추구하는 체육회의 의지가 오히려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K리그 한 감독은 “P급 라이선스도 어려운데 국내 자격증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인사도 “올림픽과 AG에 한정될 자격증에 지도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는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험치가 우선시되는 야구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체육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종목간 형평성을 위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처지와 현실이 무시됐고, 그나마도 외국인 지도자는 예외로 한 결정이라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